319. 문백전선 이상있다
319.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10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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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34>
글 리징 이 상 훈

"장산 나으리, 어서 빨리 집으로 가보십시오"

'허허. 가만히 듣자하니 별별 소리가 다 튀어 나오는구먼! 대정이 같은 희대의 변태가 죽어서 저렇게 의로운 자로 추앙받게 될 줄 누가 알았나 아니, 그나저나 매성 대신은 그 의로운 자가 자기 수하인 대정인 줄을 아직 모르는가 보지'

장산은 매성 대신을 비롯한 병천국의 주요 대신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죽은 자(대정)의 의로운 행동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을 듣고는 온통 밸이 다 뒤틀리는 듯 심한 역겨움을 느꼈다. 그러나 잠시 후, 수신 왕비를 목숨 바쳐 구했다는 이 의로운 사나이에 대한 신원이 이들에게 소상히 공개되자 매성대신의 얼굴은 대번에 누렇게 뜨고 말았다. 왜냐하면 매성 대신은 그 늙은 나이에 회춘(回春)을 좀 해본답시고 평소 틈만 있으면 대정과 함께 이상한 술집을 몰래 찾아가 여자들을 데리고 낯 뜨거운 변태 짓거리를 해봤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정이가 권하는 대로 매성 대신은 마지못해 여자들과 옷을 서로 바꿔 입고서 그런 변태 짓을 벌였다는 건 불문가지였다. 그러니 눈치가 빠른 편인 매성 대신이 그 산속에서 어떠한 일이 대정에 의해 저질러졌는지를 모를 리 있겠는가

"모두의 의견이 그러하니, 그 자(대정)를 후히 장사지내주고 그의 유가족을 찾아 포상을 내려주도록 하겠소. 특히 매성 대신께서는 그를 위해 직접 제문(祭文)까지 써주신다 하셨으니 그의 장례를 직접 주재하는 것은 물론 그의 충성심을 기리기 위한 사당을 짓거나 비석을 세우는 일 등등을 도맡아서 하도록 하시오."

수신 왕비가 제법 근엄한 목소리를 내어 이렇게 명령을 내렸다.

"분부대로 거행하겠사옵니다."

매성 대신은 수신 왕비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시원스럽게 대답을 하긴 했다만 장산이 보기에 몹시 떨떠름해 하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이때, 저 멀리 떨어져있던 장산의 부하가 장산에게 뭔가 손짓 신호를 급히 보내왔다. 그 신호는 어느 누가 장산을 만나보자고 한다는 것! 왕비님을 경호하는 중에 이러한 신호를 부하가 직접 보내왔다는 것은 어지간히 급한 일이 생겼다는 뜻.

이에 놀란 장산은 즉시 다른 무관에게 왕비의 경호를 대신 맡기고는 급히 나가보았다.

뜻밖에도 장산을 찾아온 사람은 그의 집에서 숨 가쁘게 달려 온 늙은 하인이었다.

"대체 급한 일이 뭐냐 우리 집에 불이라도 났더냐"

"나으리! 불이 났다면 물을 퍼부어 끌 수라도 있겠지만 이건 도저히 끌 수도 없는 불인 것 같습니다요. 어서 빨리 집으로 가 보십시오.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요."

하인은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 뭔가 섬뜩함을 느낀 장산은 급히 서둘러 말을 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장산이 날랜 부하들과 함께 집에 와보니 웬일인지 그의 아내는 대문 앞에 바짝 쪼그리고 앉은 채 훌쩍 거리며 울고 있었다.

"여보! 궁상맞게 집 대문 앞에서 이게 뭔 짓이요 대체 뭔 일 때문에"

장산이 이렇게 묻자 아내는 더욱 서럽게 울며 대답 대신 손을 들어 집 안쪽을 가리켰다.

장산은 칼을 쑥 빼어들고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놀랍게도 안방에는 뚱뚱한 사내가 아랫목을 떠억 차지한 채 거만스럽게 누워있었다.

"이놈! 네 놈이 어찌하여 남의 집 안방을 차지하고 누워 있느냐 어서 썩 나가지 못할까"

장산이 놈에게 칼을 겨누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허! 왜 이러실까 난 돈을 받으러 온 손님이요! 손님에게 그런 험한 말 할 수 있소"

침착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하며 누워있던 자리에서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켜 세우는 뚱뚱한 사내는 장산의 아내에게 거금(巨金)을 빌려줬던 바로 그 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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