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기근(豊年飢饉)에 농민 속탄다
풍년기근(豊年飢饉)에 농민 속탄다
  • 안정환 기자
  • 승인 2008.10.07 2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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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따사로운 햇볕 아래 오곡백과가 먹음직스럽게 익어가는 수확의 계절 가을이다.

벼농사는 물론 사과, 배, 오이 등 대다수 농작물의 대풍으로 올해는 풍년가를 들어 봄직하다.

그러나 농민들은 풍년의 기쁨은 고사하고 한숨소리만 커지고 있다.

유례없는 대풍을 예고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원자재가격이 급등한 반면 농산물 가격은 폭락 또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농민들이 손에 쥐는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날씨 호조로 말미암은 생산량 증가에 이어 소비부진이 겹치면서 농가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과일·채소류 가격을 지난해와 비교하면 농산물 가격 폭락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 대형매장의 과일·채소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 방울토마토가 250% 하락한 것을 비롯해 배 27%, 사과 123%, 배추 86%, 무 102%, 청상추 167% 등 과일·채소 대부분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벼농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0a당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25kg 늘어난 485kg에 달하는 풍년이지만 공공비축분, 현물수매, 산지가격 모두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반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그칠 것이 확실시된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생산량 증가라는 호재를 맞고서도 오히려 농업 포기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린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와 농가, 유통주체들이 힘을 모아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만 한다. 소비자들도 조금은 비싸더라도 멜라민과 농약 등 유해성분으로부터 안전한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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