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말을 듣고 싶은데…
사람의 말을 듣고 싶은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0.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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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 태 종 <샘터교회 담임목사>

집에 있다 보면 이따금 자칭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사람들이 와서 문을 두드리곤 합니다. 사람들이 그들의 질기게 붙잡고 늘어지는 것에 질려서 문을 안 열어주니 '성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고 말을 합니다.

며칠 전에도 그런 젊은이 둘이 와서 문을 두드리기에 열어주며 들어오라고 하고는 내가 먼저 누구며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었습니다. 역시 성서 어쩌고 시작하려고 하기에 내가 말을 가로막고, 나는 개신교 목사인데 두 사람이 여호와의 증인인 것 말 안 해도 다 안다고, 우리 정직하게 이야기를 하자고, 나는 여호와의 증인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거부감은 없는 사람이고, 그 종파에도 나름의 장점은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정확하게 아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 어디 한번 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해 보라고 하며 멍석을 깔았습니다.

한 젊은이가 입을 여는데 처음 시작이 기독교가 이해하고 있는 성서의 문제점을 들춥니다. 그러면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데, 중간 중간 내 동의를 구하는 방식으로 얘기를 끌고 가려고 합니다. 그걸 듣는 동안 내 안에서 짜증이 꿈틀거리는 걸 천천히 다독여 누르면서 그런 이야기로는 내가 여호와의 증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안 될 것 같다고 말을 자르고 내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내가 한 말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내 앞에 있는 두 사람을 설득할 생각이 없는데, 나를 설득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그런데 그 정도의 논리로 누구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고, 내가 지금 안타까운 건 나는 이렇게 만난 것을 보다 좋은 관계로 이어가려고 하고, 그것이 내가 믿는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나를 설득하려고만 하는 건 인간관계나 대화의 상식이나 예의에 벗어나는 것이며, 그래서는 이야기가 안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내가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자리를 흔쾌히 허락한 건 그야말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는데 말을 듣고 있는 동안 사람이 앞에 앉아있다는 생각이 전혀 안 들고 꼭 녹음기를 틀어놓고 그걸 듣는 것 같으니 어쩌면 좋으냐고 말입니다. 혹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참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든 내가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말을 할 수 있을 때 다시 오라고 하며 그만 일어나 가서 볼일 보라고 하며 보냈습니다.

내가 오늘 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여호와의 증인을 비난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그게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종교인들과 만났을 때 흔히 느끼는 것이었는데 그들에게서 좀 더 또렷하게 드러났고 그것을 그날 비로소 또렷하게 보았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입니다.

갇혀서 세뇌되어 그 교설을 진리로 착각하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 종교는 갇혀 있는 사람을 그 갇힌 곳에서 건져 해방시키고, 종교 자체의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 종교에 몸담은 사람들의 행복으로 기뻐하며 거기서 생명력을 얻는 것이어야 함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들이 그날 내게 찾아온 천사이거나 스승이었음을 보내고 난 뒤에 확인하는 소득이 있었지만 여전히 남은 아쉬움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는 것, 그와 함께 종교인으로서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는 자리였다는 것까지가 이번에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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