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까막딱따구리' 괴산호 주변서 4마리 발견
멸종위기종 '까막딱따구리' 괴산호 주변서 4마리 발견
  • 김성식 기자
  • 승인 2008.10.06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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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취재팀, 추적 2개월만에 1쌍 촬영

◈ 진객중의 진객' 까막딱따구리 울창한 숲이 아니면 살지 않는다는 까막딱따구리가 괴산호변 천장봉서 4마리나 발견돼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천장봉 산자락은 최근 개발논란이 일고 있는 지역이어서 학계 및 환경단체의 더욱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사진은 천장봉 남쪽 사면의 둥지를 찾은 수컷(좌)과 암컷

학계·환경단체등 "큰 경사" 보호 주장
괴산군 개발저지 '결정적 쐐기' 될 듯


김성식 생태전문기자ㆍ이상덕ㆍ심영선기자

속보=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242호)로 크낙새 다음으로 진귀성이 높아 희귀종 중의 희귀종으로 불리는 까막딱따구리가 괴산호 주변서 무려 4마리나 발견돼 학계와 환경단체가 크게 반기고 있다.

충청타임즈 '달래강의 숨결' 기획취재팀은 지난 1∼5일까지 5차례에 걸쳐 괴산호와 인접한 천장봉 산자락서 모두 4마리의 까막딱따구리를 발견, 이중 1쌍을 극적으로 사진 촬영하고 1마리는 동영상 촬영했다<동영상은 본보 홈페이지 참조>.

까막딱따구리가 충북지역서 발견된 것은 1990년 국립공원 속리산서 첫 발견된 이래 18년 동안 네 번에 불과하나 한꺼번에 4마리의 성조(어미)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까막딱따구리가 국립공원이 아닌 지역서 발견된 것은 전국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로서 학계는 '큰 경사'라며 서둘러 보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까막딱따구리가 발견된 곳은 괴산군이 최근 옛길 정비사업과 MTB장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지역이어서 환경단체와 학계의 더욱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 발견 및 촬영 과정

본보 취재팀이 괴산호 주변서 까막딱따구리의 서식 정황을 포착한 것은 지난 8월초로, 당시 탐문조사에서 실제 목격자 증언을 확보한 것이 취재 및 발견의 단초가 됐다. 이어 8월 8∼31일까지 집중 조사를 통해 괴산호 서쪽 사면인 천장봉서 2개의 까막딱따구리 둥지를 찾아내고 곧바로 실물 촬영을 위해 잠복과 추적에 들어갔다. 이후 9월 중순께부터 천장봉 7∼8부 능선에서 울음소리와 나무쪼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해 거의 매일 둥지 주변에 잠복,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길 보름여, 드디어 지난 1일 오후 5시께 처음으로 수컷 1마리가 천장봉 남쪽 사면의 둥지로 날아드는 것이 포착됐고 이어 암컷이 날아들었다. 사진 촬영은 이후 5일까지 다섯 차례 이뤄졌다.

◇ 발견 및 서식 장소

2마리의 까막딱따구리가 처음 발견된 곳은 괴산호 안동네인 산막이 뒷산 천장봉 골짜기, 즉 괴산군이 정비사업을 추진중인 산막이∼사오랑 간 옛길 바로 위쪽 둥지(둘레 210cm의 오동나무)이나 이곳은 지형이 험하고 숲이 우거져 촬영에 실패했다. 이후 또 다른 2마리가 이 둥지 외에도 천장봉 남쪽 사면의 둥지를 잠자리로 활용하는 것이 확인돼 결국 이 둥지서 잠복한 끝에 사진촬영에 성공했다.

남쪽 사면의 둥지 역시 괴산군이 옛길 정비 후 MTB장 코스로 활용키로 계획 중인 흑석∼산막이간 임도서 불과 10여m 떨어진 최근접 지역이어서 악영향이 우려된다. 남쪽 사면의 둥지는 둘레 180cm의 굴참나무에 직경 15cm의 구멍 2개를 파 보금자리(지면에서 4m높이)를 틀었다.

◇ 발견 의의

까막딱따구리는 국내 현존 개체수가 극히 적기 때문에 발견 사례도 많지 않다. 이에 문화재청에서는 이미 35년 전인 1973년 4월 천연기념물 242호로 지정했으며 환경부도 최근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충북서는 지난 1990년 학술조사시 속리산서 1쌍이 발견 된 후 월악산 등 주로 산림이 우거진 국립공원지역서 드물게 발견돼 왔다. 하지만 속리산서는 최근 3∼4년간 눈에 띄지 않아 학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발견, 특히 괴산호에서의 발견은 단순히 희귀조류 한 종의 발견 만이 아닌, 국내 중요 유전자원의 보전적인 측면과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까막딱따구리는 몸길이가 크낙새와 비슷한 약 46cm의 대형종이기 때문에 커다란 둥지 구멍을 팔 거목이 있어야 하고 또 딱정벌레 애벌레 같은 비교적 큰 먹잇감이 풍부해야 하는 등 서식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일종의 지표종 역할을 한다.

따라서 괴산호 주변서 4마리나 발견됐다는 것은 그만큼 이일대의 숲과 자연환경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한 까막딱따구리의 발견으로 지금까지 본보 취재팀에 의해 실체가 확인된 괴산호의 희귀생물종수는 천연기념물 16종 멸종위기종 5종 등 모두 21종으로 늘어나게 돼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생태 및 유전자원 보고(寶庫)임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취재팀이 그동안 괴산호 주변서 서식 정황을 포착하고 실물 촬영을 시도중인 종은 모두 29종으로 나머지 8종(사향노루,산양 등)에 대해서도 계속 추적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 학계 및 환경단체 반응

소식을 접한 학계는 우선 반가운 손님의 무더기 출현에 대해 반색하면서 국립공원 지역이 아닌 괴산호 주변서 까막딱따구리가 발견된 것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시급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백운기박사(자연사연구팀)는 까막딱따구리의 특성상 굵은 나무가 많고 먹잇감이 풍부한 아주 뛰어난 숲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종이기 때문에 이들이 4마리나 발견됐다는 것은 그만큼 괴산호 주변의 산림 생태계가 건강하게 살아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처럼 뛰어난 숲과 생태계는 보존 가치가 크기 때문에 함부로 훼손하거나 개발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김성만 한국조류보호협회장은 좀처럼 보기 드문 까막딱따구리가 괴산호 주변서 4마리나 발견된 것은 괴산 군민 뿐만 아니라 충북도민이 반겨야할 경사라며 부디 이들 귀한 손님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주민 모두가 나서 감시 및 보호 활동을 펴는 한편 행정 당국은 당국대로 실질적인 보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금까지 찾아진 다른 희귀종들도 중요하지만 괴산호 주변 생태계가 더없이 건강함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종이 발견된 만큼 이 일대의 보존은 불가피해졌다며 따라서 괴산군은 까막딱따구리를 포함해 중요 유전자원의 서식에 악영향이 우려되는 사업들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까막딱따구리란 ?

  딱따구리과의 텃새로 울창한 산림에 아주 드물게 서식해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야생동식물로 지정돼 있다. 크낙새와 크기와 생김새가 흡사하나 크낙새는 배가 흰 반면 까막딱따구리는 몸 전체가 까맣다. 수컷은 앞머리서 뒷머리까지 빨갛고 암컷은 뒷머리만 빨갛다. 영명인 'Black Woodpecker'는 몸 전체가 까맣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학명(Dryocopus martius)의 martius는 빨간머리와 검은 얼굴이 로마의 군신 마르스(Mars)를 연상시키는 데서 비롯됐다. 옛 이름은 오탁목(烏啄木) 혹은 가막쩌구리다. 1940년대까지만 해도 중부 이북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산림훼손 등으로 숫자가 갑자기  줄어들어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 날카롭고 큰 소리로 "끼이욥 끼이욥" 하고 울고 나무 쪼는 소리가 매우 둔탁한 게 특징이다. 4∼6월에 3∼5개의 알을 낳으며 먹이는 딱정벌레 성충과 유충을 즐겨 먹고 가끔 식물 열매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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