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넘어야 내가 산다.'

프로축구 삼성하우젠컵2008 6강 플레이오프를 앞둔 지도자들이 저마다 출사표를 던지며 필승을 다짐했다.

컵대회 조별리그 B조 2위 성남일화는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포항스틸러스와 1일 저녁 7시30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만난다. A조 2위 부산아이파크는 지난해 FA컵을 제패한 전남드래곤즈와 같은 날 밤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일전을 벌인다.

지난해부터 결정적인 순간에서 맞닥뜨려왔던 성남과 포항은 이번에도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달 27일 K리그 20라운드에서 단독선두를 노리던 성남이 연속골을 얻어맞으며 포항에 1대2로 역전패. '포항 징크스'를 넘지 못하는 등 이번 6강전을 앞두고 재미는 한층 배가됐다.

지난 2006년부터 성남이 포항을 상대로 기록한 전적은 7전 1무6패. 지난 2007년 8월부터 현재까지 5연패를 당하고 있어 김학범 성남 감독은 이번 경기를 벼를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어차피 6강에 올라온 이상 첫 번째 상대인 포항부터 제압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화려한 선수 구성의 성남이 포항보다 우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포항의 끈끈한 조직력은 매번 성남의 고개를 숙이게 했다. 20라운드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성남은 컵대회 6강을 치른 뒤 일주일 후인 오는 8일에는 FA컵 8강에서 다시 포항과 만나야 한다. 성남으로서는 짓궂은 운명을 탓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지난 20라운드 패배 원인에 대해 분석 중"이라고 짧게 답한 뒤. "포항은 매우 공격적인 팀이다. 공격력부터 차단해야 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다소 날이 서 있는 김 감독에 비해 세르지오 파리아스 포항 감독은 특유의 여유로움 속에 성남전을 준비하고 있다. 파리아스 감독은 "포항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결정적인 순간에서 성남과 마주치지만 포항이 좀 더 강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성남전 우세를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짧은 기간 성남과 계속 만나는데. 전술적인 변화를 줄 수도 없고. 특별한 전략을 구사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며 순간 찬스를 얼마나 살리느냐가 승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은퇴 전까지 뛰던 친정팀 전남을 상대할 황선홍 부산 감독에게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올 시즌 야심차게 K리그에 뛰어 들었지만. 리그 13위의 참담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8년만의 가을잔치 입성에 성공한 연고 지역 프로야구팀 롯데자이언츠의 파죽지세를 보고 있으면 부산의 어깨는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부산으로서는 무언가 보여줌으로써 지역민들에게 존재감을 어필해야 할 때다. 다행히 지난 13일 전남과의 맞대결에서 2대0 완승을 거둔 바 있어 황 감독을 비롯한 부산 관계자들은 내친 김에 컵대회 정상에 올라 잃었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각오로 충만하다. 황 감독은 "6강 플레이오프가 홈경기로 치러지는 만큼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는 최근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이 사직야구장에서 '부산갈매기'를 부르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자축한 것처럼 따로 이벤트를 준비했느냐고 묻자. "승리로 보답하는게 세레머니 아니겠느냐"며 "(현역시절에 비해) 전남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지만 알고 있는 선수들도 많아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거듭 밝혔다.

박항서 전남 감독의 입장은 더욱 절박하다. K리그 11위로 사실상 6강 진출 가시권에서 멀어졌고. 지난 2006. 2007년 2연패를 이뤘던 FA컵은 탈락했다. 시즌 초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탈락부터 시작된 부진을 이번 컵대회 우승으로 끊겠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박 감독은 "우리에게는 마지막 기회이다.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며 "부산이 공격으로 나오면 우리도 마찬가지다. 득점력 빈곤이 사실이지만. 선수들에게 수비지향적 전술을 주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황 감독은 지도자 생활은 짧지만 선수 시절 훌륭한 지도자(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지도를 받았고 선수로서 많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훌륭한 감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경기만큼은 서로에게 놓칠 수 없는 경기라고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