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제 개편에 반대한다
행정체제 개편에 반대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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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문화예술연구소장>

행정체제 개편에 반대한다. 행정체제 개편의 적절한 시점은 국민국가(nation state)가 완성되는 통일이다. 반대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행정체제 개편은 지역을 죽이고 중앙의 독점과 권력을 강화시킨다는 점 둘째, 민중이 도탄에 빠진 상황에서는 행정구획 논의보다 중요한 생존문제에 치중해야 한다는 점 셋째, 이 문제는 행정의 차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신사(精神史)인 역사와 문화의 관점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 넷째, 현재 행정구역 개편의 논의는 행정적 효율성과 경제적 능률성이라는 신자유주의의 명령이라는 점 등이다.

노무현 정부나 이명박 정부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하고 있다. 모든 규제를 풀고 국가를 효율적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의 핵심은 자본의 자유와 그로 인하여 수반되는 정신과 육체의 속박을 뜻한다. 행정구역 개편을 명령한 신자유주의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숨막히는 제도로서 반드시 폐기되어야 할, 그리고 폐기되어 가고 있는 구시대의 유물이다. 그런데 청와대, 한나라당, 민주당이 모두 신자유주의의 명령을 받들어 행정체제 개편이라는 정책을 내놓았다. 모두 무엇인가 단단히 오판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행정체제 개편논의는 결국, 논의만 무성하고 국론(國論)은 분열된 채 실행하지 못하는 탁상공론으로 끝날 것이 명백하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산천을 경계로 편의대로 구획한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이 만든 역사의 선이며 정신과 사상이 깃든 영토이고 문화가 숨쉬는 삶의 공간이다. 현재의 행정체제는 개편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식민통치의 산물이 아니고 역사가 만들고 민족이 인정한 삶의 영토다. 지금까지 행정구역은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그러나 기본 골격은 변함이 없었다. 앞으로도 그 골격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여 통일된 국민국가를 완성하고 통일헌법(統一憲法)을 만들면서 천년대계의 영토구획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 아울러 정치권이나 전문가에게만 이 문제를 맡겨서는 안 된다. 돌이켜보면 수많은 사례를 찾을 수 있거니와 정치가나 전문가들 때문에 그르친 일이 많으며, 오히려 상식적인 일반 국민들의 여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행정개편의 취지는 진정한 자치, 경쟁력 강화, 경제적 효율성, 행정단계의 단순화, 불필요한 행정비용의 절약 등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광역자치단체를 폐지하고 70여 개의 통합시를 만든다는 것이다. 개편론자들의 이러한 주장은 타당성도 부족하고 개편을 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없는 것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하여 왜곡하고 과장하면서 풍파를 일으킬 뿐이다. 전국을 70여 개의 통합광역시로 구획한다고 해도 기대하는 것만큼 경제적 효율성을 얻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지금의 행정체계를 가지고서도 자치의 실현이나 경제적 효율성, 지방사무의 통합, 경쟁력과 자율성, 지역감정 해소 등을 실현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따라서 현행 중앙정부, 광역, 기초의 삼단계 행정체제 때문에 국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과장된 오판이고, 낭만적 이상이며, 관념적 공론이다.

국가 효율성 제고의 핵심인 수도 이전을 반대한 한나라당이나 수도 이전도 실천을 못한 민주당이 무슨 염치가 있어서 행정체제 개편을 운운한단 말인가! 지방은 문제가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수도권을 제외한 행정체제 개편은 지금 해야 할 일이 아니고 통일이라는 절대목표의 완수와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과 더불어서 해야 할 천년의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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