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주민의 삶의 질
태안 주민의 삶의 질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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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 재 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신문을 읽던 중 반가운 소식이 눈에 띄었다. '태안 꽃게 풍년 주민들 웃음꽃.'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잘못도 없이 고생을 겪기 시작해야 했던 태안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꽃게 풍년이 한가닥 희망으로 인식될 것임에 틀림없다.

지인들, 제자들과 함께 여러차례 기름제거 봉사를 다녀오기도 했고, 기름유출 사고 이후 태안 피해지역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세미나도 개최하는 등 여러차례 태안지역 곳곳을 다녀봤기에 더욱 더 애정이 가는 기사였다.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후 피해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기 위해 관련 단체 및 연구진들과 함께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여차례 다녀왔으며 그중에는 피해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삶의 질이 현재 어떤 수준인가를 알아보는 실태조사 방문도 있었다. 분석 결과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우리들에게는 잊혀져가는 사고지만 태안 주민들에게는 참아내야만 하는 그리고 살아남아야만 하는 처절한 상황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무대다. 태안에는 꿈과 희망이 사라졌다. 기름유출 사고 이전에는 꿈과 희망이 있었고 소득과 수입, 그리고 인심도 넉넉하였다.

그러나 소득이, 수입이, 언제쯤이면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부분의 주민(88%)이 기약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노후대비에 불안함을 갖고 있는 주민이 대부분(93.2%)이었다. 그리고 이웃집과의 관계도 안좋아졌고(85.6%), 이웃마을과의 관계도 안 좋아졌다(89%)는 인식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뱃고동 소리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하는 질문에는 평화로움에 대한 기대를 느끼는 사람(2.5%)보다 선박 충돌의 불안감(45.8%)과 기름유출 재난(44.9%)을 떠올리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함께 응답자들의 경우 기름유출사고 이전의 연간 소득이 4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가 26.8%였고 1억원 이상도 20.8%를 구성했다. 그러나 올해 12월까지 예상되는 연간 소득은 응답자의 84.7%가 2000만원 미만으로 보고 있으며 4000만원에서 1억원 사이가 3.6%, 1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본 사람이 2.4%로 나타났다.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도 벌써 280여일이 지났지만 적어도 태안 피해지역 주민들의 입에서는 삶의 만족이나 행복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고 있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아야 하는지, 혹은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길도 없는 것이 태안 주민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요인들이었다. 다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는 한 가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생존의 문제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으로서 피해지역 주민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생계비의 지속적인 지원, 그리고 따뜻한 배려를 하는 것만이 그나마 태안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프로필

연세대학교·동대학원 행정학 박사

현)충북대학교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소장, 위기관리 이론과 실천대표, 희망제작소 재난관리연구소장, 한국정책연구원 법인이사, 한국정책포럼 위기관리정책위원장, 국가고시(PSAT 및 행정고시 2차시험) 출제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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