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속리 서원리 소나무 <천연기념물 제352호>
18. 속리 서원리 소나무 <천연기념물 제352호>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09.19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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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수령 6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천연기념물 352호 서원리 소나무는 7km 떨어진 속리산 정이품송과 부부 소나무로 '정부인 소나무'라고 부른다.
비늘처럼 갈라진 껍질 옹이마다 감춰진 풍상 600년 연륜 그대로

정이품송과 부부 소나무로 '정부인송'으로 불려
밑동부터 갈라진 우산모양 줄기 아름다움 뽐내

연숙자기자·생태교육연구소 터


수령 6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서원리소나무는 높이 15m 정도며 지상 70cm 높이에서 두 개로 갈라진 큰 줄기가 우산모양으로 퍼진 가지들을 받쳐 들고 튼실하게 자라있다. 서원계곡을 바라보며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이 나무는 약 7km 떨어진 속리산 정이품송과 부부 소나무로 '정부인 소나무'라고 부른다.

"6백년 넘은 정이품송의 혈통을 보전하기 위해 산림청은 10년 넘게 신붓감을 물색하고 있었다. 전국에서 뽑힌 소나무는 45그루였는데 결국 신부 목으로 뽑힌 미인은 삼척의 준경릉 소나무였다. 2001년 5월에 두 소나무의 인공 교배가 이루어졌다.
지상 70cm 높이에서 두 개로 갈라진 큰 줄기.

그런데 주변 사람들 사이에는 정이품송의 반려자로 이미 정부인송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말하자면 산림청과 관련 학자들이 정이품송을 외도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불륜'이라며 분통을 터뜨렸고, 결국 이듬해 정부인송과 첫날밤을 치르도록 했다"

소나무 박사 전영우 교수는 속리서원리소나무가 우여곡절 끝에 정이품송과 혼례를 치른 사건을 이렇게 들려주고 있다. 600살 된 두 나무가 뒤늦게 부부의 연을 맺음으로써 속리서원리소나무는 정부인송으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생물학적으로 식물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것은 지극히 작위적인 인간의 잣대일지 모른다. 하지만, 외줄기로 곧게 자란 정이품송은 위풍당당한 수형으로 자라 남성이라 칭하고, 밑동부터 두 줄기로 갈라지며 아름다운 수형을 자랑하는 속리서원리소나무를 여성에 비유되고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자라는 정이품송과는 달리 정부인송은 속리산 남쪽 서원리 서원계곡 입구 길가 밭 한가운데 자란다. 그것도 가파르게 굽어진 길가이다 보니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여름철 피서객들이 계곡을 찾았다가 한 번씩 눈길을 주고 갈 뿐이다. 탐방에 나선 날도 늦여름 가족피서객들이 정부인송 앞에서 사진찍고 있었다.

축소해 놓으면 송이버섯처럼 보이는 나무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천연기념물로의 위용을 드러냈다. 견고해 보일 정도로 단단한 줄기와 초록 융단처럼 나무를 뒤덮은 솔잎들. 뒤틀린 밑동은 속 깊은 사연을 품은 듯싶기도 하고, 비늘처럼 갈라진 나무껍질과 입체감을 주는 옹이는 꿈틀대며 승천하는 용처럼 느껴진다. 가지를 받쳐 든 철구조물이 있었지만 아기자기하게 얽혀 멋을 자아내는 나무는 그 자체로도 여장부의 기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넓게 둘러쳐진 울타리를 돌다 보니 나무 앞에는 제사를 지냈던 선돌이 보였다. 비록 정이품송에 가려 세인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서원리 마을 사람들이 600년 장구한 세월동안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해온 당산나무였음을 선돌이 증명하고 있었다.

정유훈 보은군청 문화관광과 학예연구사는 "정부인송은 나라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훨씬 이전부터 마을에서 보존해온 수호목이다"며 "처진 소나무로 기형적인 삼각형 형태를 보여주는 나무는 마을에서 신성시함으로써 보존이 잘된 사례"라고 말했다.

또 정이품송과 지금은 고사한 백송, 황금소나무 등 우리나라 명품 소나무들이 보은에 자라고 있는 것에 대해 "보은은 토심이 얕고 암석이 많은 척박한 지형으로 타종에 비해 소나무가 생육하기 유리한 조건"이라며 "여기에 속리산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도 소나무 보호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유리한 환경적 여건에도 피해갈 수 없는 자연재해도 있게 마련이다. 지난 2004년 폭설로 정부인송과 정이품송은 가지가 부러지고 나무에 구멍이 생기는 등 큰 상처를 입었다. "정부인송의 경우 폭설 이전에는 솔잎이 하늘을 가려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는 정 학예연구사는 "현재 주변여건을 고려한 보존대책과 계절별 병충해 방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폭설이니, 솔잎혹파리니 하는 자연재해는 두 소나무의 혼례로 이어졌다. 점점 수세가 약해지는 명품소나무들의 혈통을 잇기 위한 대책으로 2002년과 2003년 후계목을 위한 혼례가 치러진 것이다. 그리고 충북 청원군 미원면 산림환경연구소 내 미동산 수목원에는 후계목들이 수려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흔히 식물 자연유산을 두고 '한 세대가 심고, 한 세대가 가꾸어야만 그다음 세대가 혜택을 누린다'고 말한다.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하고, 현재는 미래를 위해 계획되어져야 한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밑동부터 갈라진 줄기가 우산모양으로 퍼지며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속리 서원리 소나무는 여성으로 비유하고 있다.

600년을 이어온 저 소나무가 지금 눈앞에 펼쳐지기까지 몇 세대가 나무를 가꾸며 살아왔다. 우리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삶으로, 문화로 인식되며 든든한 마음자리가 되어주었다. 이제 장구한 나무의 역사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전해줄지는 현 세대의 몫이 되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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