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 문백전선 이상있다
302.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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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17>
글 리징 이 상 훈

"장산 어른, 이자로 금화 다섯개를 당장 내놓으시오"

대정은 낯빛 하나 변하지도 않고 아주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장산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만에 하나 일이 잘못 된다면 온몸이 찢겨지는 고통을 당하며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온 집안사람들이 모두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할 터인데 도대체 이 인간은 어떻게 된 게 오로지 변태 짓거리할 궁리만 하고 있는지.

"장산! 어떻게 할 건가 나를 궁 안으로 조용히 불러들여서 왕비님과 붙여주겠는가 아니면 궁 밖으로 왕비님을 불러내어 나랑 붙여주겠는가"

대정은 마치 장산이 이 일을 해주기로 약속이라도 해준 것처럼 이렇게 다시 물었다.

"아, 잠깐! 지금 내 머리가 너무나 복잡하고 혼란스러우니 자세한 얘기는 내일 아침에 만나 하기로 합세."

"어허! 자네가 나를 밖에서 붙여줄 건지 아니면 안에서 붙여줄 건지만 말해달라니까!"

"글쎄 자세한 건 내일 내가 얘기해 준다고 하지 않았나!"

마침내 장산은 화를 벌컥 내며 자기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여장(女裝) 차림의 대정을 옆으로 확 밀어젖히고 터벅터벅 그냥 걸어가 버렸다.

"그럼, 내일 아침에 봅세나! 이런 일은 빨리 할수록 좋다는 거 자네도 잘 알지!"

대정은 강조를 하듯 장산의 뒤에 대고 또 크게 소리쳤다. 장산은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아! 이를 어찌할까나! 지금 당장 내 기분 같아서는 놈이 하자는 대로 해주고 나서 준다는 금화 2십 개를 얻고는 싶다만, 그러나 아까운 내 생명이 달려있는 일이니.'

장산은 애꿎은 한숨만 푹푹 몰아 내쉬며 집 대문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갑자기 온 몸이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딱 멈춰서고 말았다.

비단옷을 입은 어느 미련 곰퉁이 같이 생겨먹은 뚱뚱한 사내 놈 하나가 자기 집 대문 앞에서 팔짱을 낀 채로 떠억 버티고 서있는데, 바로 그의 발아래에 자기 마누라가 주저앉아 훌쩍거리며 울고 있는 모습이 장산의 두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여보! 왜 그래 응 무슨 일이요 그리고. 당신은 뭐요"

장산은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어 뚱뚱한 중년 사내를 째려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나 말이요 장산 어른! 이거 인사가 늦었소이다. 난 이를테면 댁의 부인에게 돈을 빌려준 전주(錢主)라고나 할까"

뚱뚱한 사내는 거들먹거리며 약간 비음 섞인 목소리로 장산에게 대답했다.

"돈을 빌려준 사람이라. 그러면 빌려준 돈을 나중에 와서 받아 가면 될 것이지 왜 남의 집에 찾아와 이런 행패를 부리는가"

장산이 무섭게 두 눈을 부라리며 사내에게 말했다.

"어허! 내가 뭔 행패를 부렸다고 그러시는가 나는 단지 오늘 이자만 받으러 온 것이외다. 자, 어서 빨리 이자를 내 놓으시오."

뚱뚱한 사내는 이렇게 말하며 통통하게 살이 찐 맨 손바닥을 장산 앞으로 쑥 내밀었다.

"대체 이자를 얼마나 받으려고"

장산이 이맛살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으으흥. 원금은 나중에 받더라도 우선 오늘은 이자만 받아 가리라. 자, 이자로 금화 다섯 개를 어서 당장 내놓으시오."

뚱뚱한 사내는 두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장산을 은근히 깔보며 다시 말했다.

"뭐 뭐야 이자로 금화 다섯 개를"

장산은 너무 어이가 없다는 듯 뚱뚱한 사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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