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군의 마인드와 괴산군 그리고 어메니티
함평군의 마인드와 괴산군 그리고 어메니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16 2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 성 식 생태전문기자 <프리랜서>

'나비' 하나로 수천억원을 벌어들이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전남 함평군이다.

비단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함평 하면 나비축제, 나비축제 하면 생태 도시 함평이란 말이 떠오를 정도로 지역 이미지를 완전히 뒤바꾸고 지역 경쟁력까지 업그레이드 시킴으로써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무한한 가치를 창출해낸 곳이다. 한마디로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 낸 대표적 사례다.

함평이 어떤 지역이었던가. 이렇다 할 자원이 있나 변변한 산업체가 있나,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면 "뭘 먹고 사나"를 연발해야 했던 한적한 농촌지역이 아니었던가.

농특산물이라고 해봐야 고구마가 전부였던 그래서 1970년대 후반기엔 순전히 '굶어죽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외친 것이 그 유명한 '함평 고구마 사건'의 고장으로 농민 운동사에 올라있는 가난한 시골지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10년전만 해도 연간 관광객 숫자가 20만명도 채 안되던 것이 지금은 축제기간만 200만명이 다녀가는 말 그대로 '잘 나가는 동네'가 됐다. 경제·사회학에서 말하는 소위 엄청난 '나비효과'가 실제의 나비에 의해 발현된 것이다.

그렇다면 함평에서 나비의 첫 날갯짓을 시도한 이는 누구인가. 익히 알려진바 대로 1999년 제1회 함평 나비축제를 개최한 이석형 군수(50)다.

당시 39세의 젊은 나이로 국내 최연소 단체장에 오른 그는 처음엔 나비축제를 열겠다고 말했다가 자나 깨나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10년 앞선 그의 마인드가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10년 전 그에게 미쳤다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되레 나비에 미쳐 행사를 이끈단다. 대단한 반전이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나비 하나로 지역을 살리겠다고 과감히 나섬으로써 어메니티(Amenity) 자원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이 군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현대는 어메니티 시대다. 그것이 자연·환경·생태가 됐든 아니면 역사·문화·경관·시설물이 됐든 지역주민 혹은 국민들의 생활을 보다 즐겁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면 모든 것이 그 지역, 그 국가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헌데 어메니티에 관한 한 충청지역 지자체들은 너무나 소극적이다. 아니 소극적이라기 보다는 아예 마인드 자체가 부족한 것 같다. 몇몇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변화된 게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있는 자원도 제대로 활용치 않는다. 지자체마다 역사의 고장이니 청정지역이니 하는 번드르한 구호만 외쳐댈 뿐 그것을 어메니티 자원으로 승화시키질 못한다. 오히려 정반대의 길을 가기 일쑤다.

지역 언론이 나서 친절하게(?) 계기를 만들어줘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게 괴산군이다. 말로는 청정 괴산, 친환경 괴산을 외치지만 현재 추진 중인 일부 정책의 속내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얼마 전 충청타임즈가 연속 보도한 '생태보고 괴산호, 훼손위기 직면' 기사와 관련된 '산막이 옛길 정비사업 및 산악자전거 전용도로 개설계획'도 그렇다. 무려 30종에 가까운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이 출현하는 등 보존 가치가 매우 높다고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르쇠'다. 한 마디로 "너, 짖어라"다.

자연 생태는 한번 망가지면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괴산호가 지금의 자연 생태를 갖는 데 무려 51년이 걸렸다. 그 51년의 세월이 만든 생태보고의 가치 보다 산책로 및 산악 자전거도로가 더 중요하고 시급한 지 묻고 싶다.

어떤게 진정 지역을 위하는 일인 지, 어메니티의 시대에 걸맞는 현명한 판단이 있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