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 문백전선 이상있다
301.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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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16>
글 리징 이 상 훈

"이 일이 성공한다면 자네에게 금화 20개를 주겠네"

장산의 폐부를 찌르는 듯 한 이 말에 대정은 기가 죽은 듯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개를 꼿꼿이 세워가지고 대정은 장산에게 사정하듯 다시 말했다.

"이보게! 그러니까 뭐란 말인가 나보고 수신 왕비를 포기하란 말인가 그건 못하겠네. 절대로. 우선 나 자신 스스로가 포기하는 걸 원하지 않을 뿐더러 죽은 내 아내 역시 이를 허락하지 않을 걸세. 그러니 제발 내 사정 좀 봐주게나. 내 필요한 돈은 얼마든지 주도록 하겠네. 제발!"

"글쎄, 알다시피 이건 자네가 사정을 한다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요 나 혼자 노력을 한다고해서 성공될 일도 아니야."

"하지만 돈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도 있을까 이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내가 돈은 얼마든지 주겠네. 자, 어때 나랑 수신 왕비가 온전한 암수한몸으로 되는데 성공한다면 내 사례비로 자네에게 금화 20개를 주지."

"뭐 금, 금화 20개를"

갑자기 장산의 두 눈이 번쩍 크게 떠졌다.

"그렇다네. 죽음을 각오한 몸인데 그까짓 재산을 내가 남겨둬 봤자 뭐에 쓰겠나"

"으으음."

장산은 금화 20개를 주겠다는 대정의 엄청난 제의에 귀가 솔깃해짐은 물론 가벼운 흥분에 들떠 가슴까지 온통 벌렁거렸다.

금화 20개! 자그마치 금화가 20개!

만약 이것이 온전하게 손 안에 들어오기만 한다면 장산이 지금 아내 때문에 지고 있는 빚을 몽땅 다 청산할 수 있을뿐더러 평생 일하지 않고 떵떵거리며 살아갈 수 있을 게 아닌가

대정은 급작스럽게 달라진 장산의 얼굴 표정을 보자 뭔가 희망과 용기를 얻은 듯 얼굴이 환해지면서 재빨리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도 알다시피 난 한 번 한다고 하면 무조건 하는 사람일세. 특히 죽은 내 아내가 원하는 일이라면 기필코 해내야만 직성이 풀리거든. 그러니 우리 이렇게 하기로 하세. 자네가 나를 수신 왕비와 단둘이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기만 하면 금화 다섯 개를 주겠네. 그리고 내가 만약 원하던 일을 끝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간다면 약속된 나머지 금화 열다섯 개를 모두 주겠어. 자, 어떤가"

"허허.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 아, 아니지. 비록 몹시 어렵고 위험이 뒤따르는 일이긴 하나 그동안 꾸준히 쌓아올린 자네와 나와의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내가 냉정하게 거절은 못하겠구먼. 으음음."

장산은 뭔가 잠시 생각을 해보는 듯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어대다가 아주 비장한 목소리로 대정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서 생각해봐도 궁 안에서 이런 일을 행한다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어. 그러나 궁 밖에서는 이런 일이 어쩌면 가능할 수도 있겠네."

"뭐 궁 밖 그러면 자네 말인즉슨 수신 왕비를 궁 밖으로 끌어내가지고 내가 어떻게 뭘 좀 하도록 주선해 주겠다는 말인가"

대정이 크게 놀라워하는 표정으로 장산에게 얼른 물었다.

"그렇다네. 자네가 반드시 위험한 궁 안을 장소로서 고집부리는 건 설마 아니겠지"

"그 그야 물론이지. 나랑 수신 왕비가 아름답게 한 몸으로 엮어지는 것이 중요할 뿐이지 그까짓 장소쯤이야 어디 어느 곳이 되던 뭔 상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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