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인생은 즐기는 거야"
"친구야, 인생은 즐기는 거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1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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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이십대 초반 철없을때였다. 건설현장에 노동일을 하는 친구가 푸념을 늘어놓았다. 요지는 세상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노동일 하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거다. 그 속엔 책가방 들고 대학 다니는 나에 대한 푸념도 있었으리라. 그러고 나서 시간이 꽤 흘렀다. 군대도 갔다오고 어느덧 나이는 이십대 후반 때쯤 그 친구를 다시 만났다. 변해 있었다. 말끔한 옷차림에 고급 승용차 친구가 말했다.

"친구야, 인생은 즐기는 거야."

로또라도 당첨된 건가. 그 시절에 로또는 없었으니까 주택복권이라도 당첨된 걸까 아니다. 부모님이 당시 가경동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그동안에 택지개발이 이루어진 것이다.

순식간에 부자의 아들이 됐다. 그 녀석에겐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먹고살기 힘들고 팍팍한 세상이 아니라 넘쳐나는 돈으로 '맘껏 즐길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뀐 것이다. 발 딛고 서있는 환경이 바뀌니 생각도 바뀐 것이다.

요즘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상담치고 사업장의 규모가 20명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태반이 열명 이하다.

정말로 중소영세업체다 보니 근로조건도 형편없다. 이런 사업장은 근로기준법만 지켜져도 임금이 20∼30%는 앉은 자리에서 오른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노동조합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한다. '아무개씨, 중소영세업체에서 노동조합 하기 정말 힘들죠- 허걱이다. 이 사람이 언급한 사업장은 조합원 수만 해도 400명이 넘는데.

앉은 자리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이고 관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된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은 말끝마다 '공산당'이 거론된다. 사람들이 잘 쓰지 않는 '부르주아지, 프롤레타리아-란 말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재오, 박형준, 차명진이라는 사람들. 한나라당의 잘나가는 실세를 떠나, 민중당, 서노련(민주노총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운동 조직)에서 정권에 맞서다 옥살이 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이십년 전에는 말이다. 이 사람들이 우향우했다. 전향서도 썼다. 그래도 도가 지나치다. 이 사람들 말을 듣다보면 역겨움이 동해바다 밀물처럼 밀려온다.

세상은 나아졌는가. 회사 출근길에 바리깡들고 두발검사하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100만원 남짓 받는 비정규직 900만명이 넘쳐난다. 버스요금 아껴 붕어빵 사줘야될 어린 여공은 사라졌지만, 결식아동만 수만명이 넘쳐난다. 수십억원짜리 강남아파트 넘쳐나지만, 서울시 수십만명은 햇살조차 스며들지 않는 반지하방 셋방살이다.

눈가리고 아웅이다. 안 보면 그만이고 그래서 맘껏 배설한다. 1억원 연봉자, 수십억원 강남부자 세금깎아주고 '감세는 서민복지-라고 주장한다.

세상 참 속 편하다. 안보면 그만이고 그러면 즐길 만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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