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경제위기설과 추석경기
9월 경제위기설과 추석경기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9.09 2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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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경제부장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민족 최고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서민들의 팍팍해진 삶에서는 단내만 난다.

살인적인 물가와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의 긴 터널은 이미 허리띠를 졸라맬 대로 졸라맨 서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요구하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들은 이미 외환위기후 최악이다. 더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다.

번듯하게 살던 중산층도, 사장님 소리를 듣던 자영업자도 자산이 반토막 나고 불황에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대출을 받아 어렵사리 내 집을 장만한 사람들은 이중고에 빠졌다. 이자 비용이 한달에 수십만원에 이르지만 집값이 떨어져 팔려고 내놓을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일확천금을 노리는 '로또'만 호황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9월 경제 위기설은 서민들의 삶을 또다시 짓누르고 있다.

위기설의 핵심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9월에 만기가 되는 채권에 투자한 67억달러를 모두 찾아서 한국을 떠나려 한다'는 것인데 현실적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대세다. 올해 들어서도 외국 투자은행들은 만기가 되면 연장하거나 또는 왕창 팔았다가도 곧 다시 사들이거나 했기 때문에 9월에 약속이나 한 듯이 빠져나가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위기설을 다시 짚어보면 정치권이 아주 교묘하게 악용해 왔다는 것이 문제다.

대표적인 것은 지난 2004년 탄핵파동 후 총선을 앞두고 경제위기설이 파다했다. 왜 위기가 오는지 언제인지 어느 부문에서 시작되는지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무성하게 번졌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 나가 '경제 위기설을 부풀리면 진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까지 했을 정도다.

올해 6, 7월에는 청와대와 여권 수뇌부가 촛불집회를 염두에 두고 '이래서는 안된다,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은근히 위기설을 들고 나왔다.

지금에서 보면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여권의 뒤통수를 치는 중이다. 이명박 대통령만 해도 3월에 경제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7월 가니까 제3차 오일쇼크라 할만하다, 8월엔 우리는 에너지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내 위기를 강조했다. 다행히 국제유가는 원점을 찾고 있다.

이쯤되다 보니 경제위기설은 경제용어이면서 정치용어가 됐다. 경제위기는 곧 정치위기인 셈이었다.

이런 위기설에는 언론도 한몫했다. 영국신문의 과장 보도에 냄비근성이 강한 한국언론이 장단을 맞추면서 위기설을 부풀려 놓았다.

물론 언론은 경제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냉철한 판단을 통해 정부에 경고음을 보내야하는 의무가 있다. 외환위기 당시 언론의 무책임성은 이런 점에서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9월 위기설은 '불에 놀란 사람이 부지깽이만 보아도 놀란다'는 식이었다.

아무튼 8일 코스피지수는 미국발 훈풍에 힘입어 전일보다 72.27포인트 오른 1476.65포인트로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17.47포인트 오른 459.42포인트로 마감했다. 환율은 대신 급락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이번주 외국인 보유 채권의 만기 집중으로 고조됐던 위기설은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장은 9일과 10일 국고채 만기일이 지나면 실체없이 떠돌던 위기설은 잠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추석을 앞두고 다소나마 숨통을 터주는 경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한국경제가 얼마나 글로벌 경제에 영향을 받고 있느냐도 여실히 증명해 주고 있다. 지역경제도 나라경제도 세계경제의 울타리 속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경제 뉴스가 밝아졌다.

서민들의 추석경기도 보름달처럼 밝고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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