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8. 문백전선 이상있다
298.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09 2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보무사<613>
글 리징 이 상 훈

"아, 이를 어찌하지 이제 그 많은 돈을 어디서 구하나"

물론 병천국 토박이 출신인 매성 대신이나 평기 대신 등등이 나서서 이제껏 염치가 해오던 그 일을 대신 맡아 무리 없이 썩 잘 해낼 것이라 호언장담을 하고는 있지만 그러나 아우내 왕은 도무지 이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쉽게 얘기해서 이들이 처음부터 모든 일을 잘 해냈었다면 뭐가 아쉬워서 아우내 왕 자신이 현인(賢人) 중의 현인이라 일컫는 아산온인을 일부러 찾아가서 가르침을 받은 후 그의 수제자(온양, 탕정, 염치, 목천)등을 추천받아 데려와 병천국의 모든 중요 정사(政事)를 맡겼겠는가!

그리고 아우내왕이 이보다 훨씬 더 곤혹스러워하는 점이 있다면 이런 일로 인하여 혹시나 동요할는지도 모를 병천국내의 민심(民心)이었다. 온양과 탕정, 염치 등등이 병천국에 들어와 온갖 지극정성을 다하여 왕을 섬기고 백성을 위해 열심히 일했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들도 다 아는 사실일진대 그들이 별안간 야반도주하듯이 도망쳤거나 도망치다가 죽었다고 하면 도대체 이를 어찌 설명해야할 것인가!

그러나 이번 염치 사건으로 수신왕비와 아우내 왕 못지않게 정신적 물질적으로 크나큰 충격을 받은 자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수신왕비의 직속 호위무관 장산이었다.

'아이쿠! 내, 내 돈! 아니, 금화(金貨)!'

장산은 염치가 도망치다가 국경을 지키고 있던 목천 장수에게 잡혀 죽고 말았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 갑자기 하늘이 푹 꺼져 내려앉고 두 눈앞이 온통 캄캄해지는 듯 아찔함을 느끼고 말았다. 자기 마누라가 돈 나올 구멍만 믿고서 친정 남동생 장가보낼 때 도와준다는 핑계로 돈을 물 쓰듯이 펑펑 써댔으니 이제 그에 대한 책임은 장산 자신이 몽땅 다 짊어지게 될 판이기 때문이었다.

'아! 도대체 이걸 어쩐다지 평생 일하고 모아도 시원찮을 그 많은 돈을 내가 어찌.'

장산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저 혼자 중얼거리며 한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제 장산에게 있어 거금(巨金)이 나올 유일한 구멍이라곤 단 하나!

술친구 대정이가 그에게 조건부로 주겠다는 금화일진대 그러나 그 조건대로 따라준다는 것은 매우 위험천만하고 어쩌면 완전한 자멸(自滅) 행위에 가까운 미련한 짓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었다. 아니, 세상에 할 짓이 따로 있지 어떻게 감히 일국(一國)의 왕비를 넘보겠다는 건지. 그(대정)를 궁 안으로 불러들인다는 것 자체부터가 몹시 힘들고 어려운 일일뿐더러, 허우대 하나만 멀쩡하게 보인다 뿐이지 실제로 그 속을 따지고 들어가면 지극히 별 볼일 없는 변태 같은 자식을 대체 무슨 구실을 붙여가지고 겹겹이 방어벽이 쳐져있는 수신 왕비의 귀중한 처소 안에까지 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

이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거니와 설사 자신(장산)이 적극적으로 도와 요행히 일을 성공했다 치더라도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는 혹독하게 치러내야만 할 것이다.

'아! 큰일 났다! 큰일 났어! 대체 이를 어찌한다 내가 그 잘난 마누라를 둔 탓에 고리사채업자에게 집이며 땅이며 몽땅 다 날린 채 꼼짝없이 알거지가 될 판이니.'

장산은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아 자기 업무를 다른 동료에게 억지로 대신 맡긴 후 황급히 궁을 빠져나갔다.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

장산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봤지만 그러나 이제 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곤 딱 두 가지!

아예 속 편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거나 아내와 잘 상의해가지고 돈을 빌린 고리 사채업자를 찾아가 그 액수를 조금이나마 탕감 받든가 평생 살아가면서 갚겠다고 사정해 보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