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 문백전선 이상있다
297.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08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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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12>
글 리징 이 상 훈

염치 내외 죽음을 알게된 수신 왕비는 허탈감에 빠지고…

"잘 생각했네! 그럼 자네들은 이곳을 속히 떠나게나. 아 참! 그런데."

서리는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난 듯 잠시 말을 멈췄다가 교천과 연춘을 번갈아 쳐다보며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교천! 부모님이 자네가 병천국에서 처녀 하나를 몰래 데리고 온 걸 아신다면 혹시 크게 화를 내시지는 않을까"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 염려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버님께서는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원하는 여자를 며느릿감으로 받아드리신다고 일찌감치 제게 약속하셨고, 더욱이 저의 어머님께서는 연춘이 당신이랑 꼭 같이 닮은 여자이기에 매우 흡족해하실 것이옵니다."

교천이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 그럼 됐네! 자, 어서 떠나게나."

서리는 이렇게 말하고는 이 두 남녀가 국경 밖까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게 도와주도록 자기 부하 가운데 두어 명을 골라 함께 딸려 보냈다.

"허어, 참말로 별꼴이네! 계집애가 못 생겼으면 최소한 자중을 할 줄 알아야 하거늘, 저렇게 오두방정을 다 떨어 대서야 어디."

"그러게 말이야. 되는대로 생겨먹은 저 계집애가 예쁜 척 까부는 꼴은 정말이지 눈꼴사나워서 못 봐주겠어. 예쁜 계집이 저런다면 귀여운 맛이라도 좀 있다하겠지만."

"그나저나 저렇게 지지리 못난 것들이 나중에 애새끼를 낳게 되면 참으로 볼만하겠지"

"그래도 저 계집은 시어머니를 닮았다니까 지 시어미한테는 귀염 좀 받겠구먼."

"어허!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 나간다고 별 수 있을까 저런 싸가지 없는 계집은 보나마나 지 시어미한테 겁 없이 대들다가 소박맞고 당장 쫓겨나고 말 거야."

교천과 연춘이 떠나고 난 후 서리의 부하들은 그제야 울분을 토하듯 조금 전 두 남녀의 철없는 행위에 대해 마구 깔보며 성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리는 웬일인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아무 말 없이 그저 고개만 가볍게 끄덕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는 병천국 궁성 안.

염치 대신이 그 가족을 몽땅 이끌고 나라 밖으로 몰래 도망쳤다는 보고를 처음 받는 순간, 수신 왕비는 몹시 화가 나 길길이 날뛰었다. 수신은 도망치는 염치 내외를 당장 사로잡아오라는 명령을 주위 사방에 내렸지만 그러나 국경을 지키는 목천 장수로부터 '도망치는 염치 내외를 국경 근처에서 붙잡아 군법(軍法)에 따라 절벽 아래로 내던져서 죽여 버렸다'는 보고를 받자 한동안 허탈감에 빠진 듯이 보였다. 혹시 염치의 죽은 시체라도 찾아올 수 없겠느냐며 수신 왕비가 여러 신하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기도 했지만, 까마득히 높은 절벽 위에서 아래로 내던져졌다면 그 시체가 갈기갈기 찢겨진 채 흩어졌을 터인데 대체 무슨 수로 그것들을 모두 찾아낼 수 있겠느냐고 대다수 신하들이 대답했고, 간혹 어느 신하는 국경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병사들에게 그런 허접한 일을 시켜서는 아니 되며 생포하라는 명령을 받기 전에 도망치다 붙잡힌 염치 내외를 그 자리에서 죽여 없앴다는 것은 군법(軍法)에 충실히 따랐을 뿐이니 어느 누구를 전혀 탓할 수 없는 거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에 수신 왕비는 크게 난감해 하는 눈치였다. 어쨌거나 염치 내외는 이제까지 수신 왕비에게 있어 정신적인 후견인이자 훌륭한 버팀목이 아니었던가

뒤늦게 보고를 받은 아우내왕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병천국을 위해 열심히 일해 주었던 온양과 탕정이 떠나고 난 자리를 염치가 별 무리 없이 맡아주었는데 이제 그(염치)마저 떠나고 없으니 대체 어느 누가 그 막중한 역할을 대신해 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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