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 문백전선 이상있다
296.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05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보무사<611>
글 리징 이 상 훈

"연춘, 머지않아 자네 부모님이 문초를 받을 것이네"

그런데 이를 가만히 참고 볼 수가 없었던지 서리의 어느 부하가 먼저 나서서 한 마디했다.

"이봐! 연춘 처녀! 속으로 좋으면서도 겉으로는 싫은 척 내숭을 떨지 말고 서리님께서 살려주신다고 할 때 어서 빨리 함께 달아나게나. 이게 무슨 어린애 장난인 줄로 아나"

그러자 연춘은 짝 째어진 눈으로 그를 매섭게 쳐다보며 소리쳤다.

"어머머! 아저씨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 참견이에요 정말 저 죽는 꼴을 보고 싶어서 환장을 하셨어요"

"뭐라고 아니 이 어린 것이 어디서 감히 말대답이야 이런 버르장머리하고는."

서리의 부하가 화를 내며 다시 꾸짖었다.

"버르장머리라니요 제가 아저씨 딸이에요 설령 제가 아저씨 친딸이래도 내숭을 떠니뭐니 함부로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고요."

연춘은 또다시 독살 맞은 목소리로 대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못생긴 입에서는 입술을 움직일 적마다 더러운 냄새가 팍팍 풍기고 두 뺨 위에는 개기름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하 참 내."

그녀와 말싸움을 벌이던 서리의 부하는 너무나 기가 찬 듯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아 잠깐!"

서리는 아무래도 자기가 직접 나서서 수습을 해야만 할 것 같기에 손을 가볍게 앞으로 내저으며 점잖게 나섰다. 그리고 한층 엄숙한 태도와 목소리를 갖춰가지고 서리는 연춘을 똑바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연춘 처녀는 아직 뭐가 뭔지 제대로 잘 모르는가 본데, 머지않아 자네 부모님은 이곳으로 끌려와 문초를 받게 되어있어."

"네에 저의 부모님이요"

연춘 처녀는 가늘게 째어진 두 눈을 댕그랗게 뜨면서 놀랍다는 듯 서리를 쳐다보았다.

"원래 죄를 지은 자의 나이가 어릴 경우, 그 부모까지 불려와 조사를 받도록 되어있지. 그런데 연춘 처녀는 그것에 해당된단 말일세."

"어머! 그건 말도 안 되어요. 저 하나만 고통을 받으면 되는 것이지 어째 부모님까지."

"그건 자네가 하는 말이고 법은 그렇지 않다고. 자네 부모님이 이곳에 끌려와 조사를 받게 되면 우선 기본으로 몽둥이찜질을 당하시게 되지. 혹시라도 서툰 짓을 하거나 거짓말을 할지도 몰라 기(氣)를 미리 꺾어 놓기 위함이야."

"어머머! 안 안 되어요! 그건 절대로."

연춘 처녀는 울상을 지으며 외쳤다. 가뜩이나 못 생긴 낯짝에다가 이렇게 우거지상을 짓고 보니 그 모습은 정말로 가관이었다.

"그러나 연춘 자네가 부모님이 고초 당하시지 않도록 해드릴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지. 어때 내가 그 방법을 알려줄까"

"제발! 제발 알려주시와요!"

연춘 처녀는 자기가 마치 엄청난 효녀(孝女)라도 되는 것처럼 울먹거리며 말했다.

"그건. 자네가 이 친구와 함께 몰래 도망을 치는 거라네. 우리는 자네가 이 친구의 협박을 받아 억지로 끌려갔다고 보고할 것이고 그러면 피해자인 자네 부모님은 이런 곳에 끌려와 무슨 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어지게 되는 셈이지."

연춘 처녀는 서리의 말에 잠시 뭔가 생각하는 척하다가 천천히 이렇게 입을 다시 열었다.

"어쩔 수 없네요. 무척 싫긴 하지만 제가 떠나는 것이 우리 부모님을 위하는 거라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