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현답(愚問賢答)
우문현답(愚問賢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0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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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 수 한 <청원군노인복지회관 관장·신부>

성장이 우선인가 아니면 분배가 우선인가 정말 우매한 질문이다. 성장이 있어야 분배가 가능하고 분배가 있어야 삶의 질이 향상된다. 무엇이 먼저인가를 논하는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다.

경제성장은 행복의 밑거름이다. 그러나 아무리 경제가 성장된다 하더라도 분배정책의 실패로 빈익빈 부익부가 극대화되어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성장 자체는 무의미한 일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요즘 충청 홀대론이 지역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이는 성장우선이냐 분배우선이냐의 논리와 다르지 않다. 수도권을 살려야 국가 경쟁력이 산다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주장은 성장우선론이며, 수도권 규제강화를 통해 지역의 균형발전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장은 분배우선론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수도권을 살려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린다 하더라도 부의 수도권 집중은 전체 국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필자는 사회복지 현장에 속한 사람으로서 현 정부의 충청 홀대론이 아닌 사회복지 홀대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며칠 전 정부는 세제 개편안을 내어 놓았다. 중산층을 위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가진 자를 위한 세제 개편안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조세정책은 사회복지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조세정책 자체를 사회복지정책 영역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즉 조세정책은 사회복지의 재원체계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으며 세액감소는 분배정책, 다시 말해 사회복지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부자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자는 스스로 설 수 있는 반면 가난한 사람들, 소외계층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측면에서 그들의 편이 되고 싶을 뿐이다. 즉 부자들이 가진 부의 일부를 세금이나 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10대 경제 강국이다. 하지만 사회복지의 후진성은 OECD국가 가운데서도 40위권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정책으로 경제성장이 더디어진다는 원망을 듣고 있다. 특히 지난 7월1일 시범사업을 마치고 전국적으로 확대된 장기요양보험의 현실은 저소득층의 소외를 더욱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상자 가운데 일반 노인 가정의 경우 부양부담이 감소되고 있는 반면 저소득층 노인 가정의 경우는 오히려 부양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사회복지 서비스분야의 가장 중심에 서 있었던 사회복지사들조차도 처우의 개선은커녕 오히려 더 열악한 근로조건을 강요당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완화도 좋고, 경제부양을 위한 세제개편도 좋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수도권과 지방,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갈등을 부추기고, 이로 인해 오히려 국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면 현 정부는 역사의 심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무엇이 먼저인가라는 우매한 질문에 현 정부의 현명한 답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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