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불심 모르쇠가 능사인가
성난 불심 모르쇠가 능사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9.03 2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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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종교계가 시끄럽다.

한 해를 보내는 연말에나 듣던 33번의 타종이 최근 전국 사찰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정부의 종교 편향적인 정책에 반대하는 불심이 극에 달한 느낌이다.

이런 성난 불심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미있는 설교로 유명한 한 목사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 전도 집회에서 "스님들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예수를 믿어야 한다"는 말 실수까지 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된 셈이다.

한 스님은 "우는 아이 젖주듯 달래면서 종교 편향적인 정책을 덮으려는 처사도 문제이지만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조차 외면하는 정부의 후안무치가 더 큰 문제"라고 개탄했다. 한 시민에게 스님들이 거리로 나선 것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종교는 모르겠고, 대통령 자리가 어려운 자린데"라는 말로 갈음해 버렸다.

손자병법에 보면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자공의 질문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공자는 "백성이 배부르고, 백성들을 방어하기 위한 군대가 강해야 하고, 백성들의 국가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정치는 백성의 신뢰다"라고 답을 줬다.

백성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깨졌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목탁을 들고 거리로 나선 이유도 마찬가지다.

오는 5일 청주 무심천에서는 유등문화제가 열린다.

조선시대 고승으로 임진왜란때 승려 800명을 이끌고 청주성을 탈환한 기허당 영규대사 추모일에 맞춰 15년째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만큼은 스님들의 마음이 즐겁지만은 않은 듯하다.

국가의 위태로움에 기꺼이 산중을 내려와 전쟁터로 나섰던 승려들의 숭고한 뜻이 이번 행사를 계기로 어떻게 비쳐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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