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풍경
참깨 풍경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09.0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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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난달 31일 중국 정주국제공항에는 많은 한국인으로 복작였다. 대부분 여름 막바지 휴가를 보내고 귀국길에 오른 이들이었다.

일주일간의 중국역사탐방을 마치고 입국하기 위해 기자 역시 정주국제공항 세관을 통과하는데 익숙한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왔다. 그곳에는 30여명의 우리나라 농민들이 '농촌 선진지 견학-농협중앙회'란 이름표를 달고 세관 통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짐칸에는 사람 수만큼의 비닐포대가 쌓여 있었다. 호기심에 비닐포대가 무엇인가 물어보니 '참깨'란다. "연변을 여행하고 돌아오다 한 말에 25000원이라 샀다"고 한다.

국내에선 참깨 한 말이 7만원 정도 하니 싼 것을 본 김에 바리바리 사가지고 오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농민들 손에 쥐어진 참깨 포대를 바라보며 일행 모두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농민마저 싸다고 너나없이 사오는데 정부에서 아무리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고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농촌 선진지 견학'과 농민의 대변기관임을 자임하는 '농협중앙회'란 글귀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분통 터지게 만들었다.

우루과이라운드 반대, 한미FTA 협상 무효를 외치던 농민들의 절규도 손안의 작은 경제 앞에서 무너지고 있는 듯 보였다. 이는 단지 농민들에게만 던지는 화살이 아니다. 때론 가고 싶어도 가야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알지 못하는 우리의 우매함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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