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상승 약인가 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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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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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 창 규 <동양증권 서청주지점 투자상담 실장>

지난 주말 원/달러 환율이 1062.50까지 올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환율상승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먼저 최근 원/달러 환율이 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을 보이고 있는 원인을 살펴보자.

첫째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강세전환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유로 환율은 지난 주 8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달러/유로 환율은 하락이 달러화 강세를 의미한다)하면서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엔/달러 환율 또한 지난달 중순 103엔선을 바닥으로 반등(엔/달러 환율은 원/달러 환율과 마찬가지로 상승이 달러화 강세를 의미한다)하면서 110엔 까지 올라서기도 하였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달러 약세를 이끌었다면 이제 유럽 및 일본 경제가 미국보다 더욱 빠르게 침체하고 있다는 점이 유로 및 엔화의 약세, 그리고 상대적인 달러 강세를 이끌고 있으며, 달러 강세에 영향을 받아 원/달러 환율 또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둘째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지난달 16억 2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하반기 들어서도 적자를 지속하여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으로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외국인 투자자가 6월 이후 두 달 여간 10조7천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 한 뒤 달러화로 환전해 나가고 있는 점, 9월에 만기 도래하는 외국인 보유 채권 6조원 가운데 일부가 빠져 나갈 가능성이 점쳐 지면서 외화자금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감도 환율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환율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던 외환 당국도 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달러 수요가 워낙 커진 상황에서 과도한 시장 개입이 어려워 보이는 점 또한 환율상승의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의 환율상승은 우리 경제에 어떤 효과를 미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

통상적으로 환율상승은 수출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수출증가 효과를 가져 온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르다는 분석이다.

원화만이 아니라 유로와 엔화 또한 달러화에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수출경쟁력 향상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환율상승기에는 원화가 미 달러화만이 아니라 다른 주요 국가의 통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는 이중의 약세여서 수출경쟁력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른 나라 통화도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수출증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환율상승은 수입물가의 상승을 부채질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 상승시킬 수 있다. 물가상승과 함께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더욱 떨어져 내수는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최근의 유가하락으로 인한 물가하락의 여지를 환율상승이 모두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식시장에서는 환율상승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압력을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달러약세가 지속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국가별 포트폴리오를 맞추기 위해 달러화가 아닌 다른 통화표시 주식을 매도해야 하지만 달러강세의 경우는 이러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유인을 감소시켜 줄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근의 환율상승은 수출증가와 같은 긍정적 효과 보다는 물가상승과 내수위축 등 부정적인 영향을 더 강하게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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