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보는 방법
올림픽을 보는 방법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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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중국의 육상 영웅 류샹을 모델로 하는 새로운 광고를 선보였다.

"운동을 사랑한다. 비록 그것이 당신의 마음을 상하게 할지라도."를 메인 카피로 내세운 나이키의 새로운 광고에는 올림픽의 명암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육상 110m 허들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일약 중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류샹은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 논 당상이라고 여길 정도로 중국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다.

그런 그가 경기를 포기하고 기권하자 중국 대륙은 충격에 빠졌다. 그를 후원했던 나이키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영광을 사랑한다. 좌절을 사랑한다."라는 광고를 통해 궁여지책의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스포츠에서의 순수 아마추어리즘은 이미 실종된 지 오래다.

거의 갑부수준에 육박하는 수입을 올리고 있는 프로선수들 조차 올림픽 출전이 허용되고, 금메달을 딴 선수에 대해서는 훈련과정의 고통스러움과 경기에서의 용맹함보다 광고 효과가 어떻고, 돈방석의 규모가 얼마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선 관심의 대상이 된다.

스포츠 산업의 무한성장 가능성은 이미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심지어 이번 베이징올림픽 성화 점화자로 중국의 체조영웅 리닝으로 결정된 배경조차도 스포츠 용품의 시장 경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실제로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이어 중국 내 스포츠웨어 시장 점유율 3위인 '리닝'은 체조영웅 '리닝'의 이름을 그대로 스포츠용품 브랜드화 하면서 성화 점화 하나만으로 3000만 달러 이상의 브랜드 가치 향상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메달 순위에 대한 진정한 의미

태권도 경기가 벌어지지 않은 21일 현재 우리나라 언론은 한국의 종합순위를 7위로 기록하고 있다. 당연히 금메달 44개인 중국이 부동의 1위, 26개인 미국은 2위에 앉혀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올림픽 공식 방송중계권을 갖고 있는 NBC는 인터넷판을 통해 미국이 79개로 1위, 그 다음으로 중국(77개), 러시아(43개)의 순으로 대회성적을 소개하고 있다. 금 은 동을 모두 합한 수치다.

반면에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인터넷판에서 유럽연합(EU)으로 메달을 집계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고, 육상 100m와 2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연거푸 갈아치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사인 볼트의 자메이카는 인구비례를 적용할 경우 당당히 1위라는 뜻을 내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인가. 올림픽은 곧 끝날 것이고. 메달 순위에서의 우수성은 그저 그 나라 사람들의 기억에 묻히고 말 것 아닌가.

올림픽에 올인하는 방송과 국민

물론 우리선수들의 활약은 눈부셨고 그들의 영광은 그동안의 피와 땀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러나 올림픽은 분명 4년마다 되풀이되는 스포츠제전일 뿐이고, 우리는 그 열광의 뒷자리에 파고드는 허전함을 경계해야 한다.

올림픽 성적에 고무된 나머지 빗나간 패권주의가 작용하고,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팽배하면서 국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어쨌든 올림픽은 끝날 것이고 그동안 공중파가 올인 하다시피 한 스포츠 독점은 다시 문화 다양성의 회복을 통해 치유돼야 한다.

그리고 성적만큼 산업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스포츠 산업의 부양도 마땅히 꿈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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