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행복의 조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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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훈 일 <초중성당 신부>

하느님께서 인간을 처음 창조하셨을 때 무한한 행복을 주셨다. 그런데 인간은 사탄의 유혹에 빠져 그 행복을 제멋대로 사용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천사들에게 인간의 행복을 회수하도록 명령하셨다. 천사들은 회수한 인간의 행복을 어디다 숨겨놓아야 할지 의논을 했다. 한 천사가 제안했다.

"저 깊은 바다 밑에 숨겨놓으면 어떨까요" 대천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건 실패할 거야. 인간은 머리가 비상하기 때문에 바다 속쯤은 금방 뒤져서 찾아낼 거야.", "그러면 저 산꼭대기에 숨겨 놓으면 어때요", "인간의 탐험정신 때문에 아무리 높은 산 위에 숨겨 두어도 찾아내지." 한참 고민을 하며 의논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인간의 마음속에 숨겨 두기로 합시다. 아무리 저들의 두뇌가 비상하고 탐험심이 강해도 자기들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것은 좀처럼 찾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찾아내면 그 사람은 행복을 누릴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그러나 행복을 소유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너무나 상이해서 참된 행복에 대한 이해는 시대와 역사와 문화마다 달랐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행복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2002년, 영국의 심리학자 로스웰(Rothwell)과 인생상담사 코언(Cohen)은 행복지수라는 재미난 공식을 만들어 발표했다. 이들은 18년 동안 1000명의 남·여를 대상으로 80가지 상황 속에서 자신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5가지 상황을 고르게 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행복은 인생관·적응력·유연성 등 개인적 특성을 나타내는 P(personal), 건강·돈·인간관계 등 생존조건을 가리키는 E(existence), 야망·자존심·기대·유머 등 고차원 상태를 의미하는 H(higher order) 등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이 3가지 조건 가운데서도 생존조건인 E가 개인적 특성인 P보다 5배 더 중요하고, 고차원 상태인 H는 E보다 3배 더 중요한데, 이 지수를 공식화하면 P+(5×E)+(3×H)가 된다. 결국 이 공식에 따르면 인간의 행복에는 다른 어떤 요소들보다 건강·돈·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첫째,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신에게 시간을 쏟아라. 둘째, 흥미와 취미를 추구하라. 셋째, 밀접한 대인관계를 맺어라. 넷째,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라. 다섯째, 현재에 몰두하고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말라. 여섯째, 운동하고 휴식하라. 일곱째, 항상 최선을 다하되 가능한 목표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광복 63주년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변화상에 대한 여러 조사가 있었는데 모 방송국에서는 한국인의 삶에 대한 생각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행복의 조건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우리 국민들은 7년 전까지 가정을 가장 첫 번째로 꼽았는데 올해는 돈이 행복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선택했다. 그러면서 7년 전에 비해 행복하단 사람은 줄었고,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은 늘었다.

물질이 인간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배금주의가 만연해지기 때문이다. 배금주의가 만연하면 사회는 병들어 간다. 행복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만족감이다. 이 충만한 만족감은 서로 사랑할 때 얻어지는 것이다. 행복의 조건에서 사랑이 빠지면 그것은 쾌락이 되고 쾌락은 인간을 파멸의 길로 이끈다. 다시금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경제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가 우선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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