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5. 문백전선 이상있다
285.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2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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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600>
글 리징 이 상 훈

"여보, 운좋게 살아나면 애들 잘 보살펴 주세요"

염치가 입에 거품을 물어가며 이렇게 목청껏 외쳤지만 목천은 아예 들은 척도 않고 그저 먼 산을 바라보는 척 하고 있을 뿐이었다.

"여보! 나 먼저 떠나요. 혹시 당신이 운좋게 살아나시거든 나대신 우리 애들 잘 보살펴 주세요. 엉엉엉."

몸집이 큰 염치 아내는 여러 병사들에 의해 짐짝처럼 위로 번쩍 들려진 채 던져지기 위해 절벽 쪽으로 옮겨갔다. 이제 자기 자신이 도저히 살아날 가능성이 없음을 알아 챈 염치는 참새가 죽어도 짹 한다는 말처럼 바락바락 악을 써가며 큰 소리로 다시 외쳤다.

"야! 이놈! 목천! 잘 들어라! 네 놈이 아내랍시고 데리고 사는 계집이 그렇게 조신하고 참한 줄로 아냐 네 놈의 아내가 뭐 한 번 해보지도 못한 숫처녀일 때 내가 살살 꼬셔가지고 단물을 있는 대로 쪽쪽 빨아 먹었어. 그러고 나서 네 놈에게 내가 뱉어준 것이니 찌꺼기 데리고 사는 맛이 어때 그리고 우리 집 종살이 하던 수신이도 사실은 내가 아우내 왕에게 데려다 주기 전에 보리밭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아주 원 없이 실컷 건드렸단다. 자 어때 약 오르지 요놈아∼!"

그러나 목천은 염치의 이런 야유에 전혀 동요하지 않고 큰소리로 부하들을 꾸짖었다.

"뭣들 하느냐 어서 빨리 일을 행하지 않고!"

그러자 부하들은 머리 위에 떠받치듯 들고 있던 염치 아내를 절벽 아래로 힘껏 내 던졌다.

"으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염치 아내는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곧이어 병사들은 와들와들 떨고 있는 염치도 번쩍 들어다가 절벽 아래로 집어 던졌다.

"으아아악!"

염치 역시 비명을 크게 지르며 저 멀리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려갔다.

"처음에 무거운 것을 들었다가 나중에 조그만 걸 들었더니 이건 뭐 들으나마나 하네."

염치를 절벽 아래로 내던졌던 병사들 중 어느 누가 두 손을 가볍게 탁탁 털면서 말했다.

"그런데 저다지도 쪼그만 녀석이 어떻게 저런 산만큼이나 커다란 여자를 데리고 살았지"

"그러게 말이야. 놈의 몸뚱이는 작아도 아래 물건만큼은 그런대로 쓸 만한가"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놈의 아랫도리를 벗겨서 그걸 확인이나 해보고 던질걸 그랬나"

절벽 저 아래로 비참하게 떨어져 죽은 염치 내외를 내려다보며 병사들이 이렇게 실없는 소리를 떠들어대고 있을 때 목천은 아무 말 않고 자기 처소로 돌아가 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완전히 정신을 잃은 채 절벽 아래 나무 가지 위에 한참 동안이나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염치가 두 눈을 번쩍 떴다.

"아! 아! 내, 내가 살았구나!"

염치는 그제야 자기를 묶었던 밧줄 끄트머리가 아주 길게 늘어져 있어서 절벽 아래로 내던져지긴 했지만 자기 몸이 땅바닥에 닿기 바로 직전 운좋게 나뭇가지 위에 걸린 채 살아날 수 있음을 알아챘다.

"여보! 뭐해요 빨리 와서 나 좀 꺼내줘요!"

다급하게 외치는 아내의 목소리에 염치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아, 이런!

자기보다 조금 앞서 떨어진 아내 역시 함께 묶여진 기다란 밧줄로 인해 요행히 살아날 수 있었는데, 체격이 워낙 크고 비대하다보니 양 갈래로 벌어진 커다란 나뭇가지 사이에 몸통이 꼭 끼어버려 지금 옴짝달싹 조차도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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