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부활
박정희의 부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1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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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덕 현 편집국장

정부 수립 60주년 이벤트 중에 유독 실체적인 관심을 끄는 게 하나 있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다. 중앙 언론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이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결과는 하나같이 '박정희 1위'로 나왔다. 가장 훌륭한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재평가된 것이다.

사실 박정희의 환생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무슨 국가적인 큰 일만 터지면 여지없이 그가 등장하며 이미 '박정희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다. 97년 국제금융위기 때는 그에 대한 향수가 극에 달했고 동 시대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선 아예 박정희의 분신을 자처하는 후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박정희가 긍정적으로 재평가되는 배경은 분명하다. 국가적 상황 특히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느닷없이 그의 이름 석자가 출몰했고, 일반인들의 사석에서도 예외없이 입줄에 올랐다. 때문에 지금, 다시 그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역대 대통령의 최고 반열에 오르는 것은 반드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국민들이 정서적으로 뭔가 불편, 불안함을 느끼든지 아니면 먹고 살기가 극도로 어려워졌든지 둘중에 하나다.

박정희 비판론자들도 우리보다 못사는 외국에 나가면 어쩔 수 없이(?) 호의적인 시각을 갖는다. 한 때 우리를 앞섰던 나라들이 지금에선 되레 우리의 70, 80년대 수준에 머물며 한국을 대단한 이상향으로 여기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필리핀이 대표적인 나라다. 7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가 벤치마킹했던 이 나라는 마르코스라는 지도자 한번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진국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박정희가 이처럼 사후 추앙은 아니더라도 국민적 호평을 받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현상이다. 그의 치적중 어두운 부분이 가려진채 경제발전만이 부각되는 현실이 그렇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박정희 추종자들이 내세우는 통치적 정당성, 즉 비록 그가 독재는 했지만 부정축재는 안했고 그것이 결국 지금의 강성부국을 이룩케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역사적 단정이다. 물론 박정희는 부정축재로 감옥에 간 전두환이나 노태우처럼 지저분하게 자기 주머니를 채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에겐 그 이상의 과오가 있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에게 당근은 채찍 이상으로 절실했다. 마키아벨리스트 이승만의 하야와 무능한 장면 내각의 중도하차를 지켜 본 그가 선택한 통치술은 강한 채찍에 의한 국민 길들이기와 함께 '엿(당근)'으로의 유혹이었다. 이른바 통치자금으로 상징되는 그 엿의 출처는 각종 개발특혜로 만들어진 재벌들의 검은 돈이었고, 그 정경유착의 악귀는 선진국을 코 앞에 둔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을 떠나지 않고 있다.

조갑제를 빼놓고는 박정희 연구가들도 '박정희 평가'에 대해선 냉정한 잣대를 들이댄다. 무턱대고 찬미하는 것도, 무조건 깎아 내리는 것도 옳지 않다는 시각이다. 그가 경제부흥을 이룬 이면엔 숱한 사람들의 무고한 죽음과 고통이 있었다. 이것을 함께 인식해야만 박정희 신화는 지금보다 훨씬 후세에서라도 제대로 평가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천명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친환경적인 성장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잘 나가는 선진국에선 이미 저만치 진척된 개발전략이다. 취임 초부터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불, 7대 경제강국) 을 내세워 한반도대운하를 밀어붙이려던 것을 기억하는 국민들로선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환경의 중시는 곧 인간성의 회복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요즘엔 뉴스 보기가 두렵다. 눈만 뜨면 누가 잡혀가고 누가 다쳤다는 소식부터 전해진다. 지금 수구언론이 연일 외쳐대는 응징, 처벌, 강경, 이런 단어는 녹색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권위는 결코 얻겠다고 해서 얻어지는게 아니다. 존경과 믿음을 주면 그 권위는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박정희보다 더 성공한 녹색의 휴머니즘 대통령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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