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선수들의 메달 포상금
역도선수들의 메달 포상금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08.1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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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국장 <천안>

우리 역도선수들의 불꽃투혼에 연일 국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53급 윤진희의 은메달을 시작으로 사재혁이 77급에서 기대 이상의 금메달을 따낸데 이어 드디어 장미란이 세계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 대한민국 역도를 세계만방에 알렸다.

그들 뿐인가.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바벨을 놓지 않고 기록에 도전했던 이배영, 비록 4위에 그쳤지만 사재혁을 그림자처럼 도와 금메달을 따게 해준 김광훈, 같은 무게를 들고서도 체중에 밀려 아쉽게 4위를 차지한 임정화 등 모두가 우리의 효자 효녀다. 특히 다른 체급에서 메달을 노릴 수 있었던 김광훈이 동료이자 라이벌인 사재혁을 위해 중국선수를 견제하는 역할까지 해줬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찬사가 더해지고 있다.

그런데 기뻐하기만 해야 할 대한역도연맹이 요즘 심사가 편치 않다. 포상금 때문이다. 타 종목들이 메달 획득 선수들에게 파격적인 포상금을 내건 반면 역도연맹은 가난한 재정 때문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이번 올림픽에 선수들을 출전시켰다.

실제 역도연맹은 이번에 금메달을 딴 사재혁 선수가 지난 4월 국내 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3개나 경신했는데도 1건당 25만원씩 단 75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을 정도로 재정이 좋지 않다.

세계선수권을 3연패 한 장미란이 2006년에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을 때도 연맹은 고작 300만원의 격려금만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선 네티즌들이 기발한 아이디어까지 내놓고 있다. 졸전으로 비난받은 축구선수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축구장을 팔아 역도선수들에게 포상금을 주자'는 우스갯소리까지 인터넷에 올려질 정도다.

역도연맹의 넉넉지 못한 재정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그대로 반영해주고 있다.

대한체육회 산하의 각 연맹은 체육회 보조금을 비롯해 자체 출연금, 스폰서 지원금 등으로 한해 예산을 맞춰 살림을 꾸려간다. 인기종목인 축구협회의 연간 예산이 600억원을 넘는데 반해 역도연맹은 그 육십분의 일인 10억원대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니 포상금을 지급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럼 다른 종목들은 어떨까. 이번 올림픽에서 배드민턴협회는 금메달에 무려 3억원을 내놓았고 탁구, 체조, 사이클, 펜싱 등 대부분의 종목이 1억원 이상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유독 역도연맹만이 단돈 1000만원의 포상금 지급조차 약속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역도선수들의 사기저하를 우려한 어떤 네티즌이 연맹회장 갈아치우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지만 연맹의 사정을 보면 이해가 간다.

대한역도연맹회장은 여무남 코리아하이텍 대표가 맡고 있다. 그는 재벌기업은 아니지만 수년간 꾸준히 역도연맹을 이끌어가며 한국을 오늘날 역도강국으로 만들었다. 그가 경영하고 있는 회사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불과하다.

대한체육회 산하 다른 인기종목의 경기단체장들 대부분이 대기업 총수 등 재벌급 인사들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정몽준 현대중공업회장이 맡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조동길 한솔그룹회장이 맡고 있는 테니스협회, 조양호 한진그룹회장의 탁구협회, 정의선 기아자동차사장이 맡고 있는 양궁 등은 대기업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우리 스포츠계에서 비인기 종목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차제에 기업들이 인기종목만 찾아다니며 생색을 내는, 또 올림픽 때만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비인기 종목들을 외면하는 우리 사회분위기도 바뀌어져야 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우리 핸드볼 선수들이 뛸 구단이 없어 실업자로 전락했다는 뉴스를 접한 게 불과 몇년 전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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