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언론을 다시 생각하며
지금, 언론을 다시 생각하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1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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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덕 현 편집국장

KBS 정연주 사장이 체포되고 MBC가 결국 PD수첩에 대해 사과방송을 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들 사안의 과정이나 적법성을 따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미 너무나 공론화됐고 때문에 국민 모두가 나름의 판단으로 추이를 지켜볼 것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권력과 언론이 부딪치는 현 상황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어쨌든 두 사안에 대해 그동안 청와대는 물론 검찰과 감사원, 국세청 등 이른바 힘있는 기관이 총동원됐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타의에 의해 언론의 가장 핵심인 정체성과 보도가 도마위에 올려져 어떤 식으로든 규제됐다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 더 솔직히 말해 그 행위의 주체가 '권력'이라는 점이 더욱 그렇다. 처음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방송사 스스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해결할 방법은 없었는지도 미련으로 남는다. 외부 세력의 관여를 초래한 것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누가 뭐래도 언론의 입장에선 이번 사안은 큰 '흠집'으로 남게 됐다.

뻔한 얘기이지만 언론과 권력의 관계는 어떤 국가체제에서건 영원한 화두다. 권력과 언론은 결코 한 배를 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권력의 대표적 속성은 절대로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권력은 단순하고 충직한 추종자만을 원하고 집착한다. 역사적으로 피를 나눈 형제까지도 권력 앞에선 남남이 되고 오히려 피로써 다툼을 벌였듯이 권력은 절대로 자비롭지도 못하고 이성적이지도 않다. 이러한 권력이 말 많고 시끄러운, 게다가 자신들의 치부에 코를 들이대는 언론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대한 반작용은 필히 언론을 순치시키거나 더 나아가 우군이나 친위부대로 만들고 싶은 유혹으로 나타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외없이 집권세력과 언론이 한바탕 푸닥거리를 벌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권력이 언론에 대해 간섭함은 결코 옳지 않다. 이와 관련해선 전범(典範)이 하나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대포라는 별명을 얻은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이른바 언론자유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역없는 비판으로 명성을 얻던 슈피겔은 1962년 검·경의 사무실 급습을 받고 각종 서류와 문건을 압수당한다. 동시에 발행인과 몇몇 기자가 붙잡혀 투옥된다. 당시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의 스캔들을 파헤친 게 빌미가 됐다. 비판언론을 옥죄기 위한 권력의 강공이었지만 그러나 결과는 엉뚱하게도() 당시 아데나워 총리와 국방부 장관의 사임으로 끝난다. 시민들이 가두시위를 벌이며 슈피겔을 대대적으로 옹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발행인 루돌프 아우크슈타인은 후에 이렇게 말했다. "저널리스트의 최악의 적은 정치인과 호형호제하며 허물없이 지내는 것이다." 여기서 정치인은 곧 권력이고 저널리스트는 언론이 된다. 그가 끝내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언론의 동반자는 권력이나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점, 그리고 그 국민에 의해 언론이 감시당해야 한다는 언론의 절대 명제다.

언론문제로 이래저래 뒤숭숭한 상황에서 충청타임즈가 창간 3주년을 맞았다. 지방지의 입장에서 거대 담론을 입에 올리기가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언론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케 하는 계기임에는 틀림없다. 58년 역사의 신문사에서 끝간데 없는 노사분쟁을 겪다가 직원들 스스로 '한번 해보겠다'고 출발했기 때문에 3년의 의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새로운 경영진을 맞이한 후 충청타임즈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또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요체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신념이다. 가깝게는 구성원들의 소속감을 키워주고 멀게는 독자와 시민들이 진정 반기고 바라는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겠다. 추상같은 이성을 견지하면서도 때로는 주변의 슬픔과 고뇌에 함께 가슴아파하는 소박하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언론이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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