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돌며 고승들의 삶을 엿보다
사찰 돌며 고승들의 삶을 엿보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08.12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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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심석구씨, 에세이 '절집기행' 출간
천년고찰을 찾아 떠나는 한 소설가가 산사(山寺)로 가는 시골길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사하촌의 사람들과 한 잔의 술과 정담을 나누듯 정감이 담긴 이야기가 출간됐다.

도서 '절집기행'(심석구지음·스테디북·336쪽·1만2000원·사진)은 소설가 심석구씨가 타박타박 시골길을 걸어가 1500년 전부터 근대까지 절집에 얽힌 고승들의 이야기를 찾아서 쓴 산문집이다.

서기 500년대와 서기 2000년대의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어울려 있고, 지나간 세상을 바라보며 현재를 되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예리한 사색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절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여행안내서가 아니라 한 평범한 소설가가 배낭 하나를 걸머 메고 절집을 찾아다니면서 고승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신라 최초의 순교자인 이차돈의 혼을 느낄 수 있는 경주의 작은 절 백률사 가는 길에 누구나 잘 아는 순교 이야기부터 사면불상에 관한 설화까지 책 속에 담아내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란 무엇인가를 한번쯤 되새기게 만든다.

그밖에 원효대사의 일화로 유명한 경기도 평택의 수도사를 비롯해 조계산의 선암사와 송광사, 속리산 법주사, 봉미산 신륵사, 간월도 간월암, 두륜산 대흥사, 덕숭산 수덕사, 백암산 백양사, 설악산 오세암 등 만행의 여정에서 발길을 멈추고 하늘을 이불삼아 땅을 구들장 삼아 기거했던 절에서 귀동냥한 사연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심씨는 속리산 법주사에서 보우스님을 만났다. 보우스님은 공민왕과 신돈의 뜻에 반하는 상소문을 올려 법주사로 쫓겨내려온 인물.

시·공간을 초월해 역사적 인물의 생각과 행적을 만나고 싶은 간절함에 밤 늦도록 막걸리만 비운 사연을 읽다보면 재밌어 웃는 게 아니라 웃다보니 재미를 느낀다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저자는 "선지식의 흔적을 찾고 싶었는데 부질없는 짓이었다. 대신에 그 길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동네주민 등 막연한 호칭이 실례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났다"며 선재동자가 53선지식을 만나기 위해 떠돌 듯 여행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저자는 중편소설 '변명, 혹은 오해, 그리고 반향과 혼란', '틈을 위한 변주'를 발표한 중견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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