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대응
뒷북대응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8.08.11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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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정치부장

충북 건설업체 30% 공동도급 참여로 일단락 된 청주국제공항 안전시설 확충공사 지역업체 참여 논란은 발주처 한국공항공사의 '지역 홀대'가 도마에 올랐지만 시각을 달리해 보면 지역업계나 정치권, 행정기관의 뒷북 대응도 문제였다.

한국공항공사측이 착륙대 등 100억원대의 안전시설 확충공사 입찰 공고를 냈던 시점은 지난 7월15일이었다. 공동도급 불허로 지역업체 참여가 어려워지자 건설협회를 필두로 한 지역업계, 충북도는 공항공사를 어르고 졸랐다. 공사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개항 이후 충북이 공항 활성화를 위해 공들인 게 얼만데 이럴 수 있냐는 논리가 '규정'을 제압했고 틀린 것도 아니었다.

지역의 파상공세는 통했다. 지난 4일 공항공사 청주지사는 지역업체와 30% 이상 공동도급을 할 경우 가산평가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입찰 재공고를 냈다. 당초 요구했던 40% 참여에는 못 미쳤지만 논란은 잦아 들었다. 이 일은 '지역'이 모두 나서 '실리'를 챙긴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입찰 공고가 난 후에야 대응할 수밖에 없었냐는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청주공항에 각별한 애정이 있다면 어떤 공사가 언제 추진되는지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소리였다. 이미 지난해 사업계획이 나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말이 없어 법과 규정을 따라 처리했더니 '성의'를 무시한 '괘씸한 기관'으로 취급했다는 공항공사의 볼멘소리도 이해할 만했다.

국회연수원 유치에 나선 괴산군의 '뒷북'은 좀 심하다. 국회연수원 문제는 국회사무처와 강원도 고성군이 MOU 체결을 앞둔 상황에서 후보지 논의가 원점 회귀돼 제천시가 바짝 뛰어든 사업이다. 고성으로 거의 가닥이 잡혔던 일이 18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는 과정이고 이렇게 되기까지는 '입지 하자'라는 명분도 있었지만 제천이 지역구인 송광호 의원의 노력이 한몫 했다. 제천이 연수시설 입주 목적의 종합연수타운을 조성중이라는 명분도 일을 원점으로 돌려 놓는 역할을 했을 법하다.

송 의원과 제천유치위원회가 이런 저런 루트로 정지작업을 한 후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었던 시점이 지난달 28일이었는데 괴산군은 지난 5일에서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뛰어 들었다. 일의 전후 사정을 좀 아는 사람들은"제천이 뛰어든 것도 민망한데 괴산까지."라고 반응할 만한 일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 충북도는 일단 말려보고 괴산군이 정 제 갈 길을 가겠다면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며 선을 그을 정도니 말이다. 기업이 됐든 시설이 됐든 지자체의 유치 노력 그 자체는 평가 받아야겠지만 뒷북에 염치없다는 말까지 들어선 곤란할 것 같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충북에서 분출되고 있는 '홀대론'에 대해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조차 어색하다. 다만 이달초 유사한 입장을 가진 대전·충남에서 열린 한나라당 당정협의회 소식은 충북에서도 회자된다.

같은당 이완구 충남지사와 김남욱 대전시의회의장이 '충청권 홀대'를 거론하며 지도부를 거침없이 몰아세워 설전을 주고 받았다는 얘기이다. 이때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보인 반응은 당이 충청권 사업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 증명됐으니 소모적 논쟁은 그만 하자는 것이었다. 아예 틀린 소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과연 지역민들이 이런 류의 소리를 귀담아 들을까 싶다. 한나라당이 충청권 정서에 닿으려면 핵심현안을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 입장을 밝힐 시점이지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할 것 같다. 서둘러 이 일을 실행해도 '뒷북'이라는 소릴 듣거나, 야당 생색만 내주는 꼴이 되기 십상인 상황까지 왔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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