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 다투는 미세접합수술 도내 최고
촌각 다투는 미세접합수술 도내 최고
  • 석재동 기자
  • 승인 2008.08.11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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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복대동 마이크로 병원
손·발가락 손상은 절단의 위험이 높은 산업현장 이외의 장소에서도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가족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공간인 부엌에서도 손가락 안전사고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손·발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할 경우 접합수술을 시술할 수 있는 병원은 극히 적다.

지방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대접받는 대학병원에서조차 신체절단사고 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과 수년전만하더라도 충북지역 산업현장이나 가정에서 손·발가락 절단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서울 등 수도권에 있는 접합수술 전문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

환자이송 시간이 길었던 만큼 접합수술 성공률도 그 만큼 낮았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004년 5월 충북지역 유일의 수·족지(手·足指)접합 전문병원인 청주 마이크로병원(흥덕구 복대동, 일명 공단입구·265-0071∼2)이 개원하면서 더 이상의 그런 불편함은 없어졌다.

마이크로병원은 개원 4년여만에 수도권으로의 환자이송 없이 자체 수술력으로 손·발가락 절단 환자의 수술을 모두 처리하는 전문병원으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심지어 대전·충남지역 절단환자까지 대전지역 접합수술 전문병원을 제쳐두고 마이크로병원을 찾을 정도로 성장했다.

현재 마이크로병원은 한달 평균 130∼150명의 손·발가락 및 손·발목 절단환자를 시술하고 있다. 개원이후 이 곳을 거쳐 간 환자만 대략잡아 7000여명에 달한다.

병원규모도 전문의 2명, 간호사 45명, 병상 85개 등 어지간한 종합병원에 근접한다.

절단사고의 중심에 있는 손·발가락은 신경, 혈관, 인대 등 구성하고 있는 조직들이 매우 작고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 섬세하고 다양한 움직임을 복원하기 위한 미세접합수술이 필수적이다.

미세접합수술은 지름 1 이하의 아주 작은 혈관과 신경을 이을 수 있도록 10배 이상로 확대해 볼 수 있는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미세한 혈관, 신경 등을 재건, 봉합해주거나 뼈, 피부, 지방, 근육, 힘줄 등 여러 가지 조직을 이식, 본래의 기능을 복원하는 수술로 수술시간만 적게는 2∼3시간, 많게는 1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실제 이 곳에서 가장 간단한 수술에 해당하는 절단된 손가락 1개를 접합하는 수술에만 2∼3시간이 소요된다.

이는 손가락을 구성하는 혈관 2개와 신경, 인대 등 14개의 절단된 조직을 하나하나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한치의 오차없이 이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팔목이나 발목은 보통 10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미세접합수술 성공률은 손상부위의 훼손상태나 응급처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80% 정도다. 절단된 상태가 비교적 깨끗한 경우에는 95%까지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이에따라 절단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환자의 손상된 부위를 붕대와 거즈 등으로 압박해 출혈을 막고, 잘려나간 부위를 생리 식염수 등으로 깨끗하게 세척해 거즈 등에 싼 후 얼음을 채운 비닐봉지나 용기에 4 정도로 차게 보관해 사고발생 후 6∼8시간 이내로 신속하게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절단된 부위는 얼음이 직접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알코올이나 포름알데로이드로 세척하면 접합 수술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접합수술은 보통 6∼8시간 내에 이뤄져야 하지만 잘려나간 부위의 보관을 잘 한다면 24시간까지도 가능하다.

민경선 마이크로병원 원장은 "절단사고 환자와 보호자들이 사고 후 막연히 큰 병원들을 돌다가 많은 시간을 허비해 적당한 수술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간단한 응급처치 후 최대한 빠른시간 내에 수·족지 접합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접합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 쌀알에 글자 새기듯 섬세한 손놀림 필요

인터뷰 / 민경선 마이크로병원 원장


"휴가는 고사하고 개원후 청주지역을 벗어나 본 적이 없어요. 우리 병원에 오는 모든 환자는 응급환자고, 수·족지 접합수술이라는게 시간과의 싸움이잖아요."

민경선 청주 마이크로병원 원장(57)은 휴가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뒤 "퇴근후에도 24시간 병원 근처에서 대기상태로 쉬는 게 일상"이라며 "해외여행은 제쳐두고라도 가까운 금강산이라도 한번 다녀오는게 소원"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휴·폐업한 병원이 전국 병원의 8%에 달했다는데 이렇게 바쁘게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환자와 보호자들이 퇴원하면서 '못쓰게된 손가락을 다시 쓸 수 있게 고쳐줘 감사하다'며 내미는 마음이 담긴 아주 사소한 선물을 받을 때도 내가 이 길을 잘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정형외과를 전공한 민 원장이 처음부터 수·족지 접합수술을 전문으로 했던 것은 아니다. 민 원장은 지난 1987년부터 10년동안 현재의 마이크로병원 자리에서 성모정형외과를 운영했다. 이후 대전으로 건너가 잠시 성형외과를 운영하기도 한 그는 2003년 서울의 한 수·족지 접합 전문의를 만난 후 자신의 적성이 미세접합수술에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민 원장은 "접합수술은 쌀에다가 글자를 새기는 것과 같은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데 적성과 딱 들어맞는다"며 "일적인 스트레스도 전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인들이 수·족지 절단사고 하면 산업재해를 많이 생각하는데 전체 환자의 30%밖에 되지 않다"며 "절단사고는 일상생활에서 자동화나 기계화된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 등을 사용할 때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안전수칙을 철저하게 지킨 후 이들 기계를 조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민경선 원장 프로필
-. 청주 태생
-. 청주중·고
-. 충남대 의대
-. 강서연세병원 미세현미경수술과장
-. 대한수부외과학회 정회원
-. 대한미용외과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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