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백옵션과 유동성 리스크
풋백옵션과 유동성 리스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8.1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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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규의 경제칵테일
안 창 규 <동양증권 서청주지점 투자상담 실장>

최근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을 계기로 대기업들의 과도한 레버리지(타인자본 의존도가 높은 투자)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말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금호석유, 아시아나항공, 대한통운, 대우건설 등 금호아시아나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본래 옵션이란 파생상품의 하나로 일정한 실물 또는 금융자산을 미래의 약정한 기일에 미리 약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약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콜옵션(Call Option), 팔 수 있는 권리를 풋옵션(Put Option)이라 한다. 현재 우리 파생상품 시장에서는 주가지수 옵션과 개별주식 옵션이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풋옵션의 개념을 기업간의 M&A에 적용하여 매각자에게 되돌려 판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풋백옵션(Put Back Op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풋백옵션은 기업을 인수하는 시점에서 인수하고자 하는 기업의 자산가치를 정확하게 산출하기 어렵거나 추후 자산가치의 하락이 예상될 경우 주로 사용하는 기업인수합병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기업간 M&A시 대부분 풋백옵션이 적용되고 있는데, 1999년 정부가 제일은행을 뉴브리지에 매각할때 2년간 발생하게 되는 부실여신을 되사주기로 하는 풋백옵션을 적용하면서부터 용어가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외국에서는 대체로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매각하는 경우 풋백옵션을 조건으로 달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M&A거래에서 인수기업이 재무적 투자자에게 풋백옵션을 부여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경우도 2006년 대우건설을 주당 2만 6천원에 인수하면서 은행 등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약 3조원)에 대해 2009년 12월 기준으로 대우건설의 주가가 3만 4천원 이하이면 금호아시아나 그룹에서 되사주기로 하는 풋백옵션을 적용하였던 것이다.

이후 대한통운, 하이마트, 삼성플라자 등 굵직 굵직한 M&A가 있을 때 마다 동일한 방식의 풋백옵션이 적용되고 있다.

풋백옵션이 적용되면 재무적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선호하게 된다. 대출은 연간 단위로 이자를 받고 자금을 빌려주는 행위이나 주식투자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풋백옵션이 적용되면 주식투자임에도 불구하고 최소수익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풋백옵션을 제시한 인수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약속한 시기에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에는 신용위험(풋백옵션 적용주가와 실제주가의 차액만큼 손실 발생)에 노출될 수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M&A방식의 기업인수를 규제하겠다고 나선 것도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사례에서 보듯이 시장상황이 악화될때 유동성 리스크 문제가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한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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