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으려면 아직 멀었다"
"빚 갚으려면 아직 멀었다"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8.07.3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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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세복 영동군의회의원
"2년전 유권자들과 약속한 선거공약을 지켰을 뿐입니다. 그냥 얼렁뚱땅 넘어갔다면 제가 내건 공약을 신뢰하고 한표를 주신 유권자들을 배신하는 행위가 됐겠지요. 최소한의 도리를 지켰을 뿐, 그 이상의 평가를 받을 일은 아닙니다."

전반기 의장에 재임하며 2년간 받은 의정활동비 5000만원을 영동군민장학회에 기탁한 박세복 영동군의회 의원(48·사진)은 왜 그런 결심을 했느냐고 묻자 "그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저는 선거에서 군민들의 상머슴이 돼서 무한봉사하겠다는 약속을 강조했습니다. 군의원으로서 봉사와 희생은 세비를 유권자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의회가 일은 안하고 의정비만 챙긴다는 유권자들의 따가운 비판도 동기로 작용했을 겁니다."

그는 별도의 통장을 개설하고 매월 받는 의정비를 꼬박꼬박 적립했다. 2년간 예치한 4859만원에 사비 141만원을 보탠 5000만원을 고향 후배들의 미래에 쾌척했다. "고향에 진 빚을 갚을 때가 됐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빈농에서 태어나 나름대로 사업에서 기반을 잡고 군의원 출마까지 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영동'이라는 푸근한 둥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려울 때마다 찾았던 고향의 친구와 선후배, 친지들은 늘 힘과 용기를 북돋워준 활력소였죠. 보은의 한 방편으로 의정비 출연을 생각한 것입니다."

박 의원은 가정형편 때문에 제때 교육을 받지못해 고교와 대학을 뒤늦게 졸업한 만학도이다. 이 때문에 지역 교육환경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영동군의 각급학교 시설 및 급식지원 예산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많은 것도 보이지 않는 그의 역할 덕분이다.

지난 선거에서는 군내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된 후 40대 패기로 의회 개혁론을 설파해 초선이면서도 무난하게 전반기 의장에 당선됐다. 도내 국회의원들을 수시로 접촉하며 현안사업에 대한 국비지원을 모색하고, 직접 국토관리청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등 현장을 뛰는 의정을 실천했다. 특히 육군종합행정학교 유치를 위해 의원들과 함께 삭발식을 감행하며 군민들의 결연한 의지를 정부에 전달, 학교를 끌어오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치의 요체는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약속이든 작은 약속이든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그에 따른 평가를 받는 것이 정치라고 봅니다. 평의원으로 새로운 의정활동을 시작한 만큼 좌충우돌한다는 핀잔을 듣더라도 전방위로 뛸 작정입니다. 유권자들과 나눈 또 다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말입니다."

박 의원은 "앞으로도 꼬박꼬박 의정비를 모아 후반기 의회가 끝나면 지역을 위한 공익사업에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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