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당해 사람고기를 먹다. 유죄인가 무죄인가
조난당해 사람고기를 먹다. 유죄인가 무죄인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5 2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중겸의 안심세상 웰빙치안
김 중 겸 <경찰 이론과실천학회 부회장>

오스트레일리아 변호사가 영국에서 요트를 샀다. 1883년이었다. 가져갈 방법은 단 하나 항해였다. 선원을 모집했다. 응모자가 없었다. 시드니까지는 멀고 먼 바닷길이었다.

간신히 네명을 구했다. 선장 톰 두들리를 비롯해 선원 둘과 급사 한명이었다. 급사 리처드 파커는 나이 열일곱의 앳된 소년이었다. 처음으로 배를 탔다. 첫 항해였다.

1884년 5월19일 항구 사우스햄톤을 뒤로 했다. 대장정에 나섰다.

7월15일 아프리카 희망봉 남쪽을 돌아가고 있었다. 밤이 되자 날씨가 악화됐다. 파도가 배 옆구리를 쳤다. 구멍이 뚫렸다. 곤한 잠을 자다가 당한 일이었다. 구명보트로 옮겨 탔다. 요트는 5분 후에 침몰해 버렸다.

부랴부랴 옮겨 탄 탓에 식료품과 음료수를 챙기지 못했다. 순무 통조림 두개가 전부였다. 그마저 떨어졌다. 상어가 우글거렸다. 뱃전 가까이 오기도 했다. 다행히 거북이가 많았다. 잡아서 피는 물로 대신하고 고기는 먹었다.

비도 오지 않아 식수가 문제였다. 굶고 마시지 못한채 지냈다. 여드레째 되는 날이었다. 선장이 제의했다. 우리 세사람을 위해서 파커가 희생돼야 한다 했다. 마침 그 어린 소년은 바닷물을 마시고 혼수상태에 있었다.

선원 둘중 스테판은 동의했다. 브룩스는 반대했다. 정작 죽어주어야 할 당사자에게는 물어보지도 않았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내일 다른 선박을 발견하지 못하면 실행키로 했다. 구원의 손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선장은 급사의 목을 나이프로 찔렀다. 갈증을 피로 풀었다. 굶주림을 인육으로 해결했다. 나흘 동안 그렇게 지냈다. 독일 선박에 의해 구조됐다. 죽인 걸 후회했다. 단 4일을 참지 못했다. 그 기간은 영원할 거 같았다. 길고도 길었다.

하지만 어찌 알았으랴. 곧 살게되리란 운명을 어찌 알았으랴. 귀국하자 살인죄로 기소됐다. 반대한 선원은 제외됐다. 긴급피난 상황에서 사람을 죽인 행위는 정당화 될까

이 사건 전에는 침해의 선택 choice of evil이라 하여 인정되기도 했었다. 살인죄로 처벌받았다. 생명의 보존은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을 죽여야 하는 최고의 가치는 아니라 했다. 이후 이 판결은 판례가 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