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대학교와 정주영의 부활
서원대학교와 정주영의 부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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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덕 현 편집국장

서원대학교 사태가 갈데까지 갔다. 어제 총학생회가 보직교수의 출근을 저지하고 학교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했다는 소식은 이번 사태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교수와 학생간의 이러한 충돌은 그동안 있어 왔던 재단과 학생간의 반목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무리 막 가는 조직도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선은 분명히 있다. 배워야 할 학생들이 그들을 가르칠 교수를 쫓아내는 지경이 됐다면 이 학교는 이미 끝났다. 그래서 이제는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이 이 대학의 인수에 나섰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희소식이다. 적어도 그 정도의 대기업이 육영의 큰 뜻을 품고 무려 16년 동안이나 죽을 쑨 사학을 정상화하겠다고 나섰다면 지역으로선 모든 것을 총동원해 도와야 한다.

아닌게 아니라 현대가 인수방침을 밝힌 이후 지역의 여론은 말 그대로 '쌍수(雙手)의 환영'이었다. 이미 각계각층이 정상화를 촉구하며 현대의 적극적인 관여를 주문했다. 이것이 대기업인 현대백화점측의 치밀한 전략이냐, 아니면 자발적인 여론조성이냐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아울러 현재 소문처럼 현대와 재단측이 뒷마당에서 협상을 하고 있더라도 그것을 시비할 이유는 없다.

분명한 것은 현 재단은 더이상 학교 구성원과 도민들을 설득할 수가 없고 때문에 현대백화점은 기대를 저버리지 말고 가장 합리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인수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재단이 코너에 몰렸다고 해서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면 결코 답이 안 나온다. 설득하는 현대측이나 설득당하는 재단측 모두 상대의 명분과 입지를 고려한 접근이 절실한 것이다. 특히 물러나는 쪽에 대한 배려는 어쩔 수 없이 이번 사태해결의 키가 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향후 과정은 또 싹수가 노랗다. 학교를 이 지경으로까지 만든 것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테고 이를 면하기 위한 끝없는 소송이 재현될 것이다.

할 말은 아니지만 서원대 사태의 궁극적 원인은 결국 '돈'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뻔하지 않은가. 사실 도민들이 현대백화점의 인수방침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은 바로 대기업의 잠재적인 '재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현 구성원들과 재단을 일거에 설득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것 밖에 없다. 이런 '베팅'에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상책이다.

서원대 정상화를 바라는 도민들의 간절한 염원은 무려 16년 동안 목격해 온 돈타령 이른바 '쩐(錢)의 전쟁'의 종식이다.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푼돈()을 놓고 벌이는 형이하학적인 아귀다툼을 상아탑에서 만큼은 더이상 안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염천의 무더위에 방학까지 반납한 채 캠퍼스에서 때론 거리에서 신음하고 있는 학생들의 그 순수한 열정과 충정을 생각해서라도 당사자들은 하루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그래야 도민들은 앞으로의 과제 즉, 과연 현대는 어떤 교육철학과 청사진을 가지고 있고 또 향후 지역사회에서 어떤 정체성으로 다가 올 것인지를 따지고 감시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적어도 교육적인 사안인 만큼 단순히 돈의 논리에 모든 것이 함몰될 수는 없다.

논지는 다소 벗어나지만 고 정주영 회장은 생전에 밥상머리 교육을 특히 중시했다. 새벽 5시가 되면 여지없이 차려지는 아침 밥상에서 아들 손자 며느리가 모두 앉아 식사를 하게 한 것이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 자신을 낮추는 기본 예절을 가르친 것이다. 경포대 백사장에서 수시로 직원들과 씨름판을 벌인 것도 바로 이러한 공동체의식을 위한 스킨십의 발로였다. 이것이 현대가(家)의 교육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 남아 학생이 교수를 쫓아내고 교수와 교수가 철천지 원수가 된 작금의 사태에서 서원대 인수를 결심했다면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모르긴 몰라도 소떼를 몰고 북으로 가는 파천황의 결단을 할 것이다. 양측에 이런 통큰 해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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