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보험과 사회복지사
노인장기요양보험과 사회복지사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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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 수 한 <행동하는 복지연합 공동대표·신부>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을 보호하고 그 노인을 보호해야 하는 가족들의 부양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취지하에 지난 7월1일부터 전국적으로 사회보험 형태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됐다.

시작 단계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도출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정책이 시행 초기에는 생각지 않았던 문제점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아무리 시행 초기라 해도 너무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어 준비된 정책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정책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대상체계, 급여체계, 전달체계, 재원체계를 살피기 마련이다. 실천현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어느 하나 온전한 것이 없다. 대상을 선정하는데 있어서도 추계된 전체 노인의 12∼15%를 무시한 채 3%로 한정함으로써 지금까지 보호되고 있던 저소득층 노인이나 오갈데 없는 독거노인들이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또한 시범사업에서는 등급 내 판정을 받았던 노인들이 탈락되는 예가 다반사로 발견되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적인 접근을 무시한 채 신체의 상태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의료적인 접근만을 우선시하는 데서 오는 현상이라 보인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공적 영역에서 묵묵히 일해 왔던 사회복지사들의 입장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을 바라볼 때 그 답답함은 글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적은 임금과 과다한 업무 가운데서도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보람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이젠 참기조차 어려운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2년에서 4년을 공부하고 그것도 부족한 것 같아 대학원과정까지 마치고 수년에서 수십년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일해 온 사회복지사들에게 50시간의 이론수업을 받고 240시간 교육을 받으면 되는 장기요양보호사가 되어 80만∼120만원의 급여를 받고 일하라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시회복지 전문가에 대한 모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조직관리, 즉 행정에 있어서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조직에 필요한 인력을 모집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만큼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노인장기요양보호 기관에서 필요한 인력 가운데는 최고 관리자와 중간 관리자 및 일선 사회복지사나 간호사가 1차적인 전문인력일 것이다. 나아가 준전문가라 할 수 있는 장기요양보호사, 비전문가라 할 수 있는 보조요원들이 필요하다. 준전문가나 비전문가를 관리자나 전문가의 자리에 앉힌다면 그 조직이 온전히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관리자나 전문가를 준전문가나 비전문가가 배치되어야 할 자리에 배치하고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효율적인 인사관리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전문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문제라 하겠다. 더구나 전문가의 급여체계를 준전문가 수준에 맞춘다는 것은 그동안 보람을 갖고 몸 바쳐온 일을 접고 다른 길을 모색해 보라는 말과 다름이 없다.

이는 결코 직업의 귀천을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비용이 적게 든다 하여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내 병을 고치기 위한 의료행위를 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또한 운전면허증이 있다하여 비행기를 조종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대로 전문가인 의사나 약사, 간호사 등의 의료인에게 간병하는 일을 맡기거나 비행기 조종술을 익힌 사람에게 자동차 운전을 시킨다는 것은 분명 비효율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그동안 공적인 영역에서 복지사회 건설을 위해 함께 애써 온 사회복지사들을 기관의 생존이라는 미명 아래 궁지로 몰아넣는 어리석은 몇몇 기관장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정책이나 제도가 잘못됐다면 힘을 모아 바꿔야 한다. 사회복지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 한다면 기관의 생존을 생각하기에 앞서 잘못된 정책으로 말미암아 생겨나게 될 사각지대의 대상자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며 더이상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대상자들이 생겨나지 않도록 잘못된 정책의 개선을 위해 애써야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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