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힘 3 - 버려진 인형의 새 생명 찾기
이야기의 힘 3 - 버려진 인형의 새 생명 찾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7 22: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헝겊으로 만든 펭귄인형이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 지붕에 올라앉아 박씨를 물어다 주는 제비를 대신한다.

곰 인형으로 꾸민 흥부네 가족은 한지로 만든 옷을 걸치고 곰 흥부는 제비로 변한 펭귄을 공격하는 뱀을 쫓기 위해 가냘픈 막대기를 들었다.

입이 심술궂게 튀어나온 뽀로로 인형은 놀부 마누라 역을 맡아 밥주걱을 손에 들었다.

흥부네 박 속에는 진주목걸이 등 장난감 보석이 가득하고, 놀부네 박 속에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마스코트 아트모가 우주에서 내려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혼내줄 채비를 하고 있다.

시계가 12시를 가리키자 동화나라에서는 조금 크지 않을까 싶은 은빛 구두 한짝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신데렐라로 변신한 마론인형은 왕자로 변신한 돼지를 뒤로 한 채 기린이 끄는 호박마차로 달려가고

장난꾸러기 짱구인형은 백설공주의 일곱 난장이로 변신에 성공했고 고릴라가 들고있는 거울 앞에서 여우인형은 마녀 역할을 한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에서 왕자 역은 앞니가 튀어나온 토끼가 맡았고, 달마시안 인형은 빨간코의 루돌프 사슴을 대신해 선물을 가득 실은 산타할아버지의 썰매를 끈다.

해바라기 인형이 작렬하는 여름의 태양을 대신하는 바닷가에는 소풍나온 짱구와 동물가족들이 맛있는 식사를 한다. 물고기 니모 인형은 달팽이와 함께 여름을 만끽하는 사이 곰돌이 푸는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아 올렸다.

꾸며낸 것 같은 이 이야기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6월4일 개관한 청주에듀피아에는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인형들이 익숙한 동화나 계절의 이야기들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이 인형들은 그동안 청주시민들의 집에 사실상 방치됐던 것들로 우리 재단은 청주에듀피아의 개관을 앞둔 기획 이벤트로 버려진 인형을 수집해 새 생명을 불어넣어준 셈이다.

인형은 우리 어린이들을 쉽게 유혹한다. 그러나 그런 유혹은 결코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놀이동산 가족나들이거나 혹은 모처럼의 해외출장에서 선물로 등장하는 인형은 사회성이 없다. 그런 인형은 어린이에게 싫증을 낳게 하고 부모들은 부모들대로 처치곤란이다.

흔히들 21세기를 감성의 시대라고 한다. 감성의 시대를 주도하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이야기이고 때문에 이야기는 이 시대 산업의 가장 중요한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개별적으로 그리고 각자의 가정에서 제각각 따로 놀고있는 인형에게서 이야기의 줄거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물론 독백이라는 연극적 표현 방식과 모노드라마라는 형식이 없는건 아니지만 이 역시도 탄탄한 이야기의 줄거리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재단이 버려진 인형을 재활용해 청주에듀피아에 선보이고 있는 인형 테마공원은 이미 진주박물관 등 전국의 주요 박물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으며 관람객들의 호기심과 찬사속에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체험형 학습공간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는 청주에듀피아의 장점은 이같은 스토리텔링의 효과 극대화를 통한 상상력과 창의력의 체화에 있다.

집안 한 구석에 방치돼 있던 인형들이 서로 모여 사회성을 이루고 익숙한 동화 등을 통해 환골탈태하는 일이 가능한 것.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을 통해 생명을 다시 찾는 일이 가능한 상상력의 무한세계에 이야기의 또 다른 힘이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