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태안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 천연기념물 제334호
8. 태안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 천연기념물 제334호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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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천연기념물 그 천혜의 비상
'나오야' … 짝짓기 위한 울음 절정

연숙자기자·생태교육연구소 터

먹이 풍부·천적없어 매년 1만5000마리 날아와

4∼5년된 새들만 찾아오는 '자연의 법칙' 존재

어린새 침범해도 공격… 부화 후 40일 생존전쟁

충남 태안군에 있는 난도 괭이갈매기 번식지는 무인도로 '알섬' 또는 '갈매기섬'이라고 부른다. 섬의 면적은 4만7603며 섬 전체가 깎아지른 듯한 암벽으로 되어 있다.

5월부터 6월까지 괭이갈매기 산란기로 이때면 난도에 약 1만5000마리가 집단으로 서식하며 암컷 한 마리가 2∼3개의 알을 낳는다. '나오야 나오야' 하고 우는 소리가 마치 고양이 같다 하여 '바다의 고양이' 괭이갈매기라 부른다.

미지의 세계처럼 운무에 쌓여 생명을 키우는 난도는 살아 숨쉬는 거대 생명체였다. 겉으론 깎아지른 절벽으로 무장하고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었지만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진 정상은 어머니의 품처럼 고요했다. 암벽을 덮듯 섬 정상에는 동백나무와 보리수나무, 쑥, 소리쟁이, 개밀 등 많은 식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개밀과 같은 사초과 식물들은 괭이갈매기 둥지에서 푹신한 쿠션 역할을 하며 알을 보호하고 있었다.

이렇게 괭이갈매기가 천혜를 요새 난도를 차지하며 괭이갈매기번식지로 천연기념물 지정을 받았지만 괭이갈매기는 우리나라 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매기류 가운데 대표적인 텃새다. 흰빛 머리에 청회색빛 날개를 가졌으며 황색부리 끝에는 빨간 반점이 특징인데 이 붉은 색은 눈 가장자리도 나타나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주로 해안가나 하구 등지에서 무리지어 살다가 5월경 번식기가 되면 인근 섬으로 날아들어 집단으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그중 난도는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이 없다는 이점 때문에 괭이갈매기들이 가장 선호하는 번식지이다. 매년 1만5000마리 가량이 찾아와 번식하는 5월과 6월이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정지된 화면처럼 떠 있는 난도는 초록 바탕에 갈매기의 흰빛 무늬가 그려진 한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여기에 길이 없고 괭이갈매기가 섬 전체를 빈틈없이 점거하고 새끼를 번식하고 있어 갈색 얼룩무늬가 있는 알에서부터 갓 태어난 새끼, 부화되어 어른이 되어가는 어린 괭이갈매기까지 모두 관찰할 수 있다.

하지만 강자와 약자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탓에 자연의 법칙은 이곳에서도 철저히 적용된다. 선장의 말에 의하면 "난도의 괭이갈매기는 보통 4∼5년된 것들로 년생이 얼마 안 된 어린 괭이갈매기들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며 "서열에서 밀려난 것들은 난도보다 여건이 좋지 않은 주변 무인도에서 번식한다"고 한다.

안전한 산란을 위해 집단번식을 택하고 있는 괭이갈매기들은 벼랑 위나 암초 사이, 잡초 속, 나무 밑동에 둥지를 튼다. 그리고 둥지와 둥지의 간격을 일정하게 정해놓고 다른 새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는데, 어린 새끼가 침범해와도 부리로 머리를 쪼아 공격한다. 실제 난도에선 병아리만한 새끼들이 머리에 상처를 입고 죽거나 피 흘리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천적이 없음에도 작은 소리에 민감하게 풀숲이나 암초사이로 숨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태어나면서 생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어린새끼들은 엄마나 아빠의 도움없이 하늘을 날고 먹이를 구할 수 있을때까지 약 40일을 생명의 위협을 버텨내야만 푸른 하늘을 날 수 있게 된다.

김인규 한국환경생태연구소 부소장은 "괭이갈매기는 집단서식하는 등 공동체에 대한 강한 본능을 지녔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할 경우 공격적인 자세로 대응한다"며 "난도에는 천적은 없지만 어린 새끼들이 죽는 이유는 영역을 지키려는 괭이갈매기의 본능에 의한 것이 가장 크다"고 들려줬다.

사람의 접근으로 예민해진 괭이갈매기들은 새끼 옆을 배회하며 가까이 다가가면 부리로 머리를 공격해 왔다. 큰 날개를 퍼덕이며 위협하는 괭이갈매기는 해안가에서 유유자적 먹잇감을 찾아나선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전투태세로 무장한 용맹스런 용사같다고 할까. 자신이 지닌 무기란 무기는 다 보여주며 요소요소에서 접근을 막았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위협을 멈추지 않는 괭이갈매기를 뒤로하고 섬 정상에서 내려섰다. 풀섶을 헤치고 내려오는 길에 알에서 막 깨어나고 있는 새끼를 발견했다. 어린새끼가 주둥이만 내밀고 바깥을 경계하는듯 하더니 어느 순간 알이 반으로 갈라지며 붉은 핏덩이인 어린 새끼가 풀썩하고 세상밖으로 퉁겨지듯 나왔다. 꿈틀, 한번의 움직임과 속살이 다 보이는 붉은 몸체, 고개조차 들지못하면서도 머리를 흔들며 꼼지락대는 모습은 자신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같았다. 놀라움과 안쓰러움, 경이감을 교차시키며 생명의 신비를 눈앞에서 펼쳐보였다. 살아있음이 뜨겁게 느껴지는 순간 뭉클한 무엇이 가슴으로 번져났다. 가늘게 전해지는 숨결은 생명이란 이런 것이라고, 끝없이 살고자 하는 본능이라고 저 여린 생명은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알에서 갓 부화된 붉은 몸체의 괭이갈매기 새끼는 혼자 하늘을 날 수 있을때까지 약 40일동안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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