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 문백전선 이상있다
248.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7 2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궁보무사<463>
글 리징 이 상 훈

"대정, 우리 염치 어르신을 도와주시게나"

"대정! 자네가 요즘 매성 어르신을 모시고 하는 일은 잘 되어 가는가"

느닷없이 던지는 장산의 물음에 대정은 자기 입에 막 갖다 대려던 술잔을 슬며시 내려놓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어허! 잘 될 리가 있는가 사람이 하는 일치고서 아무 문제없이 잘 굴러가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매성 어르신께서 직접 돌봐 주시는 일이니만큼 그렇게 힘들지는 않을 텐데."

"이 사람아! 그게 생각하는 것만큼 쉬운 일 같나 그보다도 자네는 염치 어르신을 모시고 하는 일은 잘 되는가"

"......"

"......"

잠시 두 사람은 말을 끊었다. 이들 사이에 왠지 모를 긴장되고 팽팽한 기운이 감돌았다.

방금 전 장산이 대정에게 물어봤던 말의 속뜻은 '자네가 모시고 있는 매성 대신이 우리 염치 어른을 해코지하고자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은데 자네에게 맡겨진 일이 제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으냐'는 것이었고, 대정의 대답에는 '별다른 일없이 난 그저 그렇게 지내는 중인데 염치를 은근히 보호해주고 있는 너의 상태는 지금 어떠하냐'라는 속뜻이 담겨 있었다.

사실 이 두 사람은 내심 서로 경계를 하면서도 술친구로서 이런저런 얘기를 자꾸만 주고받다보니 어느새 서로의 정체를 어렴풋이나마 알아채게 되었다. 그러나 피차간에 이용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기에 서로 속는 척해가며 이제까지 노골적인 말은 하지 않고 지내왔던 것이다.

장산은 잠시 어색해진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바꿔보려는 듯 손에 쥐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대정!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 염치 어른께서는 아주 곤란한 지경에 처해있다네. 단지 외지인 신분으로 우리 병천땅에 들어와서 열심히 일한 대가로 높은 관직을 얻었다는 죄 하나 때문이지.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게. 그분과 비슷한 외지인 처지였던 온양과 탕정 두 어른이 갑자기 쏙 빠지고 나자 그 자리를 과연 어느 누가 메웠는가 그분들만큼 능력있고 훌륭한 자가 맡았는가 아니지. 바로 매성 대신과 평기 대신의 측근들이 메웠다네. 그런데 염치 어르신마저 빠져 나간다면 그 빈자리를 누가 또 차지할 것인가 틀림없이 매성 대신과 평기 대신

이 그 자리를 놓고 서로 다투는 척하다가 결국은 그들의 측근들로 또다시 채워지고 말 것이라네. 그렇게 되면 결국 실력 있는 사람만 제거되는 꼴이 되는 것이고 그에 따른 고통 및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 병천국 백성들이 짊어지는 것 아닌가"

"그, 그럼."

"지금 염치 어르신을 몰아내기 위한 별별 일들이 매성과 평기 두 사람에 의해 진행 중임을 난 자네를 통해 진작부터 알아차리고 있었다네. 단지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알아보거나 확인할 수가 없었을 뿐이지. 대정! 솔직히 말하겠네. 우리 염치 어르신을 도와주시게나. 그러면 자네에게도 틀림없이 뭔가 득(得)이 있을 거라네."

대정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부탁해 오는 장산의 말에 정신이 잠시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나 이제까지 그가 알고 있는 장산의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이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대정이 가볍게 머리를 흔들고 나더니 무거운 입을 천천히 떼었다.

"장산! 내가 그 분을 도와드린다면 나에게 무슨 득(得)이 된다는 말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