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에서 온 편지
태안에서 온 편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25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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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강 태 재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태안에서 편지가 왔다. 반가웠다. 고맙다는 인사치레겠지 열어보니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12월에 자원봉사자를 위한 감사축제를 하니 참석해 달라며 자세한 정보는 충청남도 홈페이지 'sealove.chungnam.net'를 방문하라는 충남도지사 명의의 편지쪽지와 함께 자동차 주차 전화번호표시 딱지가 들어있다.

그런데 감사의 축제를 12월에 한다니 무슨 소린가 싶어 적혀있는대로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더니 '서해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사이트에는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 아래 충남도나 태안군 홈페이지 연결 링크도 먹통이다. 맨 아래 '태안기름유출사고대책본부'로 전화를 걸었더니 충남도에서 파견나온 직원은 무슨 영문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얼핏 아침에 본 충청타임즈 기사 중 서해안해수욕장 개장 결정을 둘러싸고 충남도지사와 태안군수간에 안전성과 책임소재 등으로 이견이 있어 개장을 유보한다는 보도가 있어 더욱 헷갈린다.

충남도 홈페이지에서 한참을 헤맨 끝에 '도의 새마을과'가 알리는 '충남자원봉사대축제' 문서와 첨부파일을 찾았다. 내용인즉 6월27일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을 시작으로 28일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7월1일 서천군 춘장대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수욕장 개장행사와 연결한 축제인가보다. 그렇다면 우편발송 이후에 해수욕장 개장 유보가 결정된 것이겠지.

충남도가 3개 시·군과 함께 벌이는 해수욕장 개장행사와 연결한 자원봉사축제는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된다. 지난겨울 태안 바닷가에서 기름제거 자원봉사를 하면서 내년 여름 이곳 해수욕장이 문을 열 수 있을지 다들 걱정을 했던 터라 태안에서 온 편지는 더욱 반가울 수밖에. 올 여름 피서는 만리포해수욕장으로 와야겠다고 한마디씩 했으니 아마도 대박이 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자치단체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 것은 문제다. 지역주민을 위해 조급증을 보이는 태안군수를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나 안전성과 함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 서해안기름유출사고 자체가 바로 안전을 무시한 탓이었으니만큼 더욱 그러하다.

글을 마무리하려는데 '대책본부'로부터 전화가 왔다. 12월에 자원봉사축제 계획이 있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입안된 것은 없지만 그럴 생각이란다. 다시 갑갑해진다. 이번에는 충남도의 새마을과로 전화를 걸었다. 충남도에서 현지 파견된 대책본부에서 기획하는 것은 12월이 맞고 자기들이 추진하는 행사는 이번 해수욕장 행사로서 서로 다른 것이란다. 그럼 도지사 명의의 편지는 누가 보냈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해서 알아서 연락해 달라고 했더니 다시 대책본부에서 전화가 왔다. 자기네가 보낸 것이라며 운운.

몇차례 오고간 통화 끝에 밝혀진 사실은 이러했다. 씨러브 사이트는 충남도 파견 대책본부 홈페이지였고 도지사 감사편지 또한 그곳에서 보냈으면서 정작 들어가 보면 자세한 정보가 있다고 말한 홈페이지에는 안내 팝업창 하나 띄워놓지 않은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받아든 태안에서 온 편지가 한바탕 해프닝으로 마감되는 순간이다.

그래도 언제고 태안의 해수욕장이 개장되면 가봐야지. 가서 확인해 봐야지. 130만 자원봉사자가 땀 흘렸어도 아직도 다 닦아내지 못한 기름인데, 삼성중공업에 내려진 벌금이 고작 3000만원이라니 어이가 없다. 허∼참! 태안은 아직도 검은가 컴컴한가 촛불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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