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이 제1의 정책과제다
물가안정이 제1의 정책과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19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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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황 신 모 <청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며칠전 우리지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일이 있다. 그동안 기업의 자문도 하고 기업인들과 허심탄회한 자리를 자주 가져왔던터라 그날도 기업경영관련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가고 건의사항 몇가지 제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의 자리는 의미심장했다. 대부분 기업인들의 입은 굳게 잠겨져 있었고 몇 사람만이 일상의 웃음을 띠며 얘기를 주도해 나갔다.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고유가와 촛불로 대표되는 정치사회적 불안정으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의 고유가상황은 에너지의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 경제체질로서는 심각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가 설상가상으로 민의의 전당인 국회나 지방의회는 계속되는 촛불정국에 편승하려고 하거나 바라만 보고 있으니 사람만 자리에 있지 업무는 마비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유가상황은 물가상승을 가져오고 정치사회적 불안정은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한 이는 기업경영을 악화시키고 서민생활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전세계경제는 '고유가'란 키워드를 빼놓고선 접근할 수 없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배럴당 80달러선에서 거래되던 국제 원유가격이 이제 140달러에 접근하며 세계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일부 권위있는 연구기관에 의하면 이러한 고유가 행진은 계속될 것이며 연말에는 배럴당 180달러, 200달러 선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원자재수입가격 상승률은 6월 현재 전년대비 83%로 관련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0년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중 원화가치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가격이 상승한 비율 19%를 감안하더라도 대단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석유류제품, 화학제품, 교통운수제품, 철강제품, 농수축산제품, 건축제품, 공공제품 등 모든 제품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물가상승이 지속된다면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하락해 노동자생활의 불안정을 가져오고 이것은 노동조합에게 큰 압력으로 작용해 임금상승압력이 강화될 것이다. 올해 하반기 내지는 내년 상반기 임금상승압력이 전체 노동현장에서 강화돼 노사관계가 악화될 것이고 이는 다시 정치사회적 불안정으로 전개될 것이 예상된다.

금융측면을 보면 물가상승의 지속은 금융기관의 실질예금이자율을 하락시키고 대출이자율을 상승시켜 예금을 감소시키고 투자를 위축시키게 된다.

아직까지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경기침체국면과 물가상승이 일정기간 동안에 걸쳐 지속되면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전환돼 국민경제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MB정부가 출발하면서 자신만만하게 공약했던 작은 정부, 큰 시장과 일자리창출, 시장경제, 선진경제의 실용주의는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현재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볼 때 정부의 제1의 정책과제는 물가안정이다.

물가상승국면이 지속되면 이의 부정적 측면이 국민경제전체에 파급됨은 물론 노사관계의 불안을 가져오고 결국은 또다시 길거리에서 부딪치게 될 것이다.

현재 경제상황에서는 MB정부에서 일관성있게 주장하고 있는 경제성장우위정책을 접고, 물가안정을 최우선순위에 두는 경제안정우위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정책시차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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