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야!
홍준표,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12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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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덕 현 <편집국장>

6·10 촛불항쟁이 지나갔다. 일단 큰 일이 끝나면 그것이 성취가 됐든 혹은 좌절이 됐든 사람들의 마음은 공허해진다. 다음에 대한 조바심일 수도 있고 전력을 다한 뒤의 상실감일 수도 있다.

아닌게 아니라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측에선 6·10 민심의 대폭발에 크게 고무됐으면서도 추후 투쟁계획을 세우느라 머리를 짜는가 하면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고심들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정치다.

엊그제 봉하마을 촌장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주 간만에(?) 이곳 주민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했다. 쇠고기사태에 대해 대통령만 나무랄 게 아니라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번 만큼은 전임 통치자로서 모처럼 이론의 여지가 없는 '훌륭한 말씀'을 하셨다.

지금 정부가 인적쇄신의 카드를 놓고 고민하고 있지만 그래봤자 그것만으로는 어차피 근본적인 사태 해결이 어렵다. 장관을 바꾸고 청와대 사람들을 물갈이 해도 결국 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오금이 저릴 군상들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을 대신해 총대를 메는 세력이다. 국민들은 시종일관 재협상을 요구하지만 이 대통령 스스로 미국에 대해 이를 입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 협상의 원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국가적 논란을 일으킨 쇠고기협상을 미국 대통령 별장의 일정에 맞춰 마치 조공바치듯 끝내버린 처사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하찮은 고스톱 판에서도 상대의 패를 모른채 무작정 '고∼' 했다간 십중팔구 당한다. 하물며 국가간 생존이 걸린 협상인데…. 바로 이 점에 국민들은 화딱지가 나는 것이다.

쇠고기 파문을 조기에 수습하려면 누군가 나서서 이 대통령의 옥죄어진 운신의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고 그게 바로 '정치'다. 정치가 먼저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시국이라면 차라리 쓰리고 아릴 것 없는 국회가 재협상을 결의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집 나간 18대 국회를 찾아오려면 우선 힘을 쥐고 있는 여당부터 나서야 하고 그 핵심 역할은 당연히 '정치의 거간꾼'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한다. 바로 홍준표 의원이다. 그의 캐릭터는 독특하다. 사족을 싫어하는 거침없는 화법에다 보수의 강한 이미지가 남달라 보이지만 그 이면에선 휴머니즘이 물씬 묻어난다. 배움의 시절, 찢어지게 가난한 역경 속에서도 가족들의 처절한 희생에 힘입어 입신할 수 있었던 삶의 역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유는 또 있다. 그는 선이 굵다. 90년대 초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슬롯머신 사건을 맡아 온갖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일개 평검사로서 자신이 속한 검찰의 수뇌부는 물론 6공의 황태자 박철언을 구속시킨 무용담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가 95년쯤 검찰을 나오며 책 한권을 쓴적이 있다. 제목이 '홍검사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요'로 당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초임 검사시절, 검찰의 상전중에 상전인 법무부장관의 처가쪽 인사를 도축장 비리혐의(물먹인 소 도축)로 구속할 당시 그 피의자가 겁준 말을 인용한 것이다.

마침 오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처음으로 공식 만남을 갖는다. 공교롭게도 둘은 충북과의 인연이 각별하다. 홍준표는 85년 1월 검사로서의 첫 부임지가 청주지검으로 당시 초평저수지를 자주 찾아 낚싯대를 드리우며 인생을 고민했고, 우리나라 생명농업의 원조인 풀무원을 창시한 원경선옹은 원혜영의 아버지로 현재 괴산 청천에서 필생의 과업인 풀무원 마을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만약 두 사람의 오늘 만남이 성과없이 끝난다면 이런 비난이 가해질지도 모른다. "홍준표 당신 지금 실수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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