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疏通)과 불통(不通)
소통(疏通)과 불통(不通)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6.1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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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경제부장>

소통(疏通)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또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을 말한다.

요즘 우리시대 키워드는 소통이다. 소통의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정부와 국민 사이뿐 아니라 한국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정치 경제 사회 거의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중앙이나 지방할 것 없이 소통이 화두가 됐다.

지난달 말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국민과 소통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소통이 잘 돼야 할 국민과 정부의 관계가 불통(不通) 된 원인은 무엇인가.

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국민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양쪽의 시각차가 났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차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들은 촛불을 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이다.

72시간 연속 촛불집회와 6·10을 맞아 참가자가 기록을 세울 정도까지 이른 이번 사태의 첫 출발은 중·고등학생들이었다. 당시 정부는 "너희들이 뭐 아는 게 있어, 애들 장난이다"는 반응이었고 기껏 내놓은 대책이 집회장 주변에 교감들을 부르는 것이었다.

5월 들어 주부들이 유모차를 끌고 나오고 유치원생들이 등장할 정도로 촛불집회가 확산됐다. 이를 바라보는 정부는 "배후 조종하는 불순세력이 있다"고 반응했다. 사람만 모였다 하면 '불온세력' 운운하던 유신 군사정권시대와 비슷했다. 정부가 70∼80년대 시각의 틀에 국민을 끼워맞추려고 하니 소통이 될리가 없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 100일만에 청와대 비서진의 일괄사표와 개각 수준의 장관사퇴까지 몰고 왔다. 그런데도 아직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유는 소통을 하려면 당연히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데 정부는 아직 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대책은 아날로그식이었고 미봉책이었다. 디지털식 사고와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이런 소통의 문제는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에서도 나온다. 이건희 회장의 퇴진까지 몰고 온 삼성사태 뒤 CEO 업무를 지난달에 시작한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벽 없는 조직'을 선언했다. 회의와 보고문화는 일방적 지시가 아닌 토론위주로 바꿔 나가겠다고 밝혀 '삼성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올해는 삼성그룹 창업 70주년이며 신경영선언 15주년이 되는 해로 삼성의 경영철학은 다른 기업뿐 아니라 한국경제와 사회에 여러가지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더욱이 오너와 경영 최일선에서 수십년 함께 있던 최고경영자들이 대거 일선에서 물러나앉은 때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월례회의에서 "개방적이고 벽 없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사업장간, 부서간 인적교류와 정보공유를 넓히고 외부와의 협력도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벗고 조직 안팎으로 적극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최고 기업에서도 중요시하는 것 역시 소통이 되고 있다.

소통이 강조되는 시대에 눈을 안으로 돌려 충북을 한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충북을 둘러싼 경제환경은 최악이고 그동안 국가균형발전을 바탕으로 추진돼 온 각종 지역현안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 충북도의 수장인 정우택 지사와 충북 최대 시의 리더인 남상우 청주시장은 부시장 임명을 놓고 한달째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지사와 시장이 소통이 안돼 다툼하는 소리가 커질수록 도민들의 한숨도 길어졌다. 다행히 사태는 진정되고 있지만 왠지 찜찜한 구석이 있다. 이제 서로 만나 마음을 열어 놓고 소통할 때가 됐다. 그리고 화합하는 모습을 도민이자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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