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지사와 남 시장
정 지사와 남 시장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8.06.0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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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문 종 극 <편집부국장>

매듭이 지어지는 듯 하던 청주부시장 인선 문제가 다시 이상한 방향으로 꼬이면서 지역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청주부시장 인선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다는 정우택 충북도지사와 남상우 청주시장 사이의 핑퐁 형국에 쏠리는 눈과 귀기울임이다.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남 시장이 일단의 발언을 하자 곧바로 정 지사가 역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발끈한 상황이 거의 걸러지지 않은 채 언론에 보도되면서 호사가들의 입과 귀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같은 지역의 관심은 이제 '청주부시장으로 누가 가느냐'는 본질에서 벗어나 정 지사와 남 시장의 입으로 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주시청과 충북도청을 비롯한 지역의 관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다는 표현이 가능할 정도다.

남 시장은 지난 4일 청주부시장 인선과 관련, 아슬아슬한 수위의 발언을 쏟아냈다. 내용 중 "기획행정부에서 청주부시장으로 오겠다는 희망자가 있다. 그런데 정우택 지사가 고시동기인 해당부처 차관을 통해 방해하고 있다"는 발언도 있었다. 이날 남 시장의 발언은 지난달 22일 정 지사와 만나 청주부시장 인선문제를 논의한 후 열흘이 넘게 침묵한 끝에 작심한 듯 내놓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남 시장이 충북도와 정 지사를 상대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 같은 남 시장의 발언이 각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곧바로 정 지사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5일 도청 출입기자 간담회를 통해서다. 알려진 정 지사의 발언을 보면 "지사에 대한 항명이자 하극상의 행태", "남 시장이 언제부터 그렇게 건방져졌는지 모르겠다", "지사의 머리위에 앉겠다는 것으로 밖에 못보겠다" 등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졌다. 이같은 원색적인 발언은 그리 길지않은 시간에 시중에 파다하게 알려졌고 지역의 호사가들을 중심으로 삼삼오오 같은 주제의 이야기꽃으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남 시장의 "정 지사의 방해" 발언에 정 지사가 열을 받은 것이다. 저간에 잘못 알려지는 것을 바로잡고 싶은 심정이었겠지만 이미 독이 오른 정 지사의 입에서는 원색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만 것이다.

이쯤되면 지역의 호사가들은 본질적인 문제에는 눈을 돌리고 귀를 내린다. 그 다음에 이어질 것을 나름대로 예견하면서 정 지사와 남 시장 사이에 오가는 발언의 행태에 관전 포인트를 맞춘다. 호사가들이 모처럼 좋은 관전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은 안된다.

인사는 행정이다. 행정을 정치로 풀어보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민선 자치단체장을 순수한 행정가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 할지라도 행정에 정치가 너무 깊숙히 개입하는 것 같다.

청주시 발전을 위한 순수한 충정이라고 강조하는 남 시장과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관행을 깨지 않으려는 정 지사.

이번 문제의 발단이 단지 이것만이라면 정 지사와 남 시장의 캐리어를 감안할 때 서로의 입장을 이해 못하고 해결을 못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숨은 의도가 있느냐 하는 문제다. 양측이 정작 겨냥하는 의도는 숨겨둔채 드러난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해 숨어있는 문제를 풀어보려는 것이라면 매듭은 난망이다.

중앙부처의 인사작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보름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다.

해결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지사와 수부도시의 수장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는 것 자체가 유쾌한 일은 못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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