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사양길…끝없는 늪으로
10년째 사양길…끝없는 늪으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6.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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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 관광관문 속리산을 가다

대표적인 국민관광지 속리산 집단시설지구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10여년째 사양길을 걷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하루평균 수백대의 버스와 수천명의 관광객이 몰려들었으나 외환위기 이후 찾아온 불경기로 지금은 파리만 날리는 '썰렁한 상가거리'로 변해가고 있다.

청원-상주간 고속도로 개통 뒤 찾는 이들이 다소 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문을 닫는 상가수가 늘어나는 등 경기침체의 늪은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다.

충북의 얼굴이자 중부권 최대의 관광관문 속리산. 과연 경기침체의 정도는 어떤지, 나아가 경기 활성화 방안은 없는지 긴급르포를 통해 알아봤다.

<'충북의 얼굴' 문제점>

숙박업소 대부분 30여년된 낡은시설들
먹을거리 빈약하고 비싸 서비스 낙제점

<'충북의 얼굴' 활성화 방안>

편의시설 확충 … 머무는 관광지 탈바꿈
가족단위 즐길 '웰빙류' 메뉴 개발 시급


화요일인 지난 3일 오후 9시 20분 보은군 속리산면 사내리 6구 W나이트클럽. 간판불이 훤히 켜져 있어 문을 열고 들어서니 커다란 홀은 텅 비어있고 손님이라고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음악도 꺼진 채 정적만이 감돈다. 과거 같으면 무슨 집중단속 때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혼자 있는 주인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일은 무슨 일이냐'며 되레 의아해 한다.

주인 박모씨(47)는 "평일은 이런 날이 다반사"라며 "주말이 돼야 그나마 1∼2팀 정도 찾아온다"고 걱정했다. 그는 "오죽하면 부업으로 산불감시원 일을 하겠냐"며 "내년에 자식이 대학에 들어가는데 등록금 댈 일이 깜깜하다"고 근심을 털어놨다.

사내리 2구의 또 다른 나이트클럽과 주변 식당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 나이트클럽 주인은 "손님이 없어 문을 닫으려 해도 가게세 때문에 닫지 못하고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이다. 이곳 나이트클럽은 외부 손님이 없는 평일엔 술 손님은 커녕 노래만 부르는 손님만 있어도 반색하며 단돈 5만원에 안주와 술, 무대까지 서비스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쯤 속리산 초입의 대형버스주차장 역시 텅 비어있었다. 1990년대 초반엔 주차장 전체를 채우고도 모자라 개울 건너 마을인 사낙골 골목을 채우고 그것도 모자라 정이품송이 있는 상판리 도로까지 버스차량이 주차하는 바람에 속리산서 보은읍내까지 차량이 빠져나가는데 무려 4시간이 소요될 만큼 북적이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주차장 입구서 손님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박천균씨(57)는 "지난해 11월 청원-상주간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약 20% 정도 자가용 차량이 늘었긴 하나 이들 대부분이 그날 왔다 그날 가는 당일치기 관광객으로 식당 외의 숙박업소나 기념품가게, 노래방 등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노선버스 손님도 거의 없어 운행대수를 줄인다는 소문이 나돈다"며 "택시업도 최악의 불경기에 있다"고 털어놨다.

오후 3∼4시 사이 대형주차장에서 법주사로 이어지는 사내리 상가 도로변 역시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간혹 외지 차량이 오가긴 하나 그냥 스칠 뿐이다. 따라서 도로변의 상가, 식당 등에는 많아야 한 두명씩의 손님만 보일 뿐 단체손님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개축한 도로변 상가가 1년 넘도록 비어있고 여관 등 숙박업소 39곳 중 10여곳이 사실상 문 닫은 상태다. 10여년전 숙박업소 방이 모자라 인근 주민들이 방을 내주고 부엌에서 잠을 자던 것과는 천지차이다.

지난 1970년 3월 국내 6번째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속리산이 이처럼 썰렁해진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IMF사태 이후 국내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것도 큰 원인이지만 그보다는 속리산 집단시설지구의 내부사정이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 하나가 시설노후다. 여관 등 숙박업소 대부분이 30여년 된 낡은 시설이라 증·개축이 당장 필요하지만 부지 자체가 법주사 소유인 데다 허가 절차가 까다로운 국립공원지역 내이고, 대부분 입주자들이 영세업자라서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 데 재투자할 엄두조차 못내는 등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

또 하나는 종합휴양·관광지로서의 시설미비다.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려면 우선 '머무는 관광지'로 탈바꿈해야 하나 편의 시설은 여전히 30년전의 틀을 벗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황토체험장, 연꽃단지, 인공폭포 등을 확충하고 가요제도 유치하고 있으나 계절을 불문하고 가족단위의 다양한 체험형 관광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의 관광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역부족이어서 왔다가도 그냥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다반사다. 기존의 산과 사찰에만 의존해선 타 관광지보다 경쟁력이 처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도 문제다. '충북의 얼굴' '한국관광의 메카'라고 자부하는 관광지치고는 서비스분야가 너무 허술하다. 기자가 만난 관광객 대다수가 "몇몇 업소를 제외하고는 먹을거리가 너무 빈약하고 가격이 비싸다"면서 "특히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지적하고 있음은 속리산 지구내의 현주소에 시사하는 바 크다. 또한 '산채와 동동주' 같은 극소수의 특산품에 의존하지 말고 가족단위가 즐길 수 있는 웰빙류의 다양한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우원명 속리산관광협의회장(61)은 "머무는 관광지, 찾아오는 관광지로 탈바꿈하기 위해 주민 모두가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하지만 주민의 여력으로 되지 않는 종합관광지로서의 시설 확충 같은 것은 지자체와 국가 차원에서 많은 배려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우회장은 "보은군이 관광활성화 방안으로 추진중인 모노레일 설치사업도 차질없이 진행돼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가족단위가 찾아와 체험할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 사업에 대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금감면 등 혜택을 부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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