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 문백전선 이상있다
228. 문백전선 이상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30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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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보무사<543>
글 리징 이 상 훈

"당장 대정이에게 장산을 만나 일을 꾸미라고 해야겠군"

용두의 말에 대체로 수긍을 하는 눈치들이었지만, 평기가 다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니까 자네 말인즉슨, 우리가 성남 왕자님을 매개로 하여 왕비님과 염치 마누라와의 사이를 이간질시켜 놓자는 건데, 말이야 쉽지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만에 하나 우리들이 무슨 꼼수를 부린 게 밝혀진다면 우리 모두 무사하지 못할 텐데"

"하지만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각오하지 않고서야 어찌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다행히 매성님의 수하 가운데 장산과 제법 가까이 지내는 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호위무관 장산으로 말하자면 왕비님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고 염치와도 교분이 있으니 이 자를 잘 이용한다면 우리가 무슨 일을 꾸미는데 큰 도움이 될 줄로 압니다."

"아, 참! 그렇지!"

용두의 말에 매성이 비로소 뭔가 생각이 난 듯 의미모를 미소를 지었다.

"매성! 자네의 수하라면 혹시 '대정'이를 말하는가 자네의 지시에 따라 호위무관 장산과 술친구가 되었다는 그 친구."

평기가 물었다.

"맞네. 바로 그 친구야. 그 친구 '대정'이라면 뭔 일이든 반드시 잘 해낼 수 있을 걸세."

이렇게 말하는 매성의 표정은 아까보다도 훨씬 더 밝고 즐겁게 보였다.

"하지만 이번 일은 위험성이 꽤나 높은 만큼 어느 한 사람에게만 의지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 사람들이 나서도록 해야지요. 하찮게 들리는 뜬소문이나 확연한 거짓말일지라도 그것이 열 번 스무 번 자꾸 반복된다면 나중엔 진짜처럼 들릴 것입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야지요."

"아, 잠깐! 난 머리가 너무 나빠서인지 그 말뜻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네요. 어린 성남 왕자님을 우리가 어떻게 해서 지금 찰엿 같이 짝 늘어 붙어 있다시피한 왕비님과 염치 마누라와의 사이를 두부 칼질 하듯이 똑 떼어놓는다는 겁니까"

봉항이 정말로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조금 큰소리로 물었다.

"음, 그건 몇몇 친구들을 우리가 이러저러 하게 해서 이리저리 하도록 만든다면."

용두가 친구 봉항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자 비로소 봉항은 이해가 가는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우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니 봉항 뿐만 아니라 방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용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신뢰를 하는 눈치였다.

"그럼 당장 대정이를 불러가지고 장산을 만나 이번 일을

꾸며보라고 해야겠구만."

매성이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릴 때 갑자기 방문이 활짝 열리며 매성의 처 배방이 들어왔다. 배방의 두 손에는 커다란 소반이 들려 있는데, 그 위에는 갓 지져낸 녹두부침개 등등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호호호. 시장하실까봐 제가 녹두부침개를 만들어 왔어요. 맛있게들 잡수시와요."

배방은 이렇게 말하며 평기 대신 바로 앞에 그 소반을 바짝 들이밀었다. 어떻게 하든지 그 더러운 녹두부침개를 평기가 맨 먼저 집어먹게 하기 위함이었다.

"아이구! 저희들을 위해 손수 만들어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모두 즐거워했지만 그러나 평기 대신만큼은 그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 내 아내 성의를 봐서라도 이거 한 점씩 맛있게 집어먹고 나서 얘기 계속 나눕시다!"

매성이 이렇게 말하며 자기 아내 배방이 가져온 녹두부침개를 골고루 나눠주려 했지만 이상하게 평기는 그걸 아예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뭐야 저 자식이. 혹시 무슨 눈치라도 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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