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 두손에 떡들고 분탕질하는데
놀부, 두손에 떡들고 분탕질하는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2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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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지난 2004년 우진교통의 파업이 한창 진행중이던 어느날 검찰청사 앞에서 난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그만 우진교통 아저씨들 앞에서 울고 말았다.

당시의 우진교통 아저씨들은 수개월의 임금체불과 장기간의 파업으로 월급봉투 만져본 지가 1년이 넘었다.

이런 상태인데도 사업주는 요지부동이었고, 우진교통 이외의 또 다른 기업을 소유했던 그 사업주는 여전히 부유하고 호화로웠다. 놀부 두손에 떡들고 약자들을 괴롭히는 꼭 그 형상이었다.

그래서였다. 검사를 만나서 애원했고 또 애원했다.

'임금체불 사태에 대해서 처벌이라도 있어야 이 사태가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아저씨들 일밖에 모르는 저 순진한 아저씨들이 길거리로 나선지 벌써 몇달째입니다. 검사님 근로기준법위반(임금체불)하면 처벌받는다는 사실도 있어야지 저 시커멓게 타들어간 아저씨들의 가슴팍이 그나마 위안이라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 검사는 어떤 답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면담이 흐지부지 끝나고, 면담 결과만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아저씨들 앞에 다시 섰을때 그냥 눈물이 나왔다.

그 아저씨들한테 아무것도 못해주는 우리의 무능력이 서러웠고, 그 현실을 외면하는 사회가 서글펐다.

그런데도 한줄기 희망을 가지고 순박한 눈망울을 굴리던 아저씨들 앞에서 그렇게 눈물만 흘렸다. 그런 나를 아저씨들은 예의 그 사람좋은 큰형님의 품으로 다독거리고 위로해줬다.

시간이 흘러서, 오늘 그 우진교통 아저씨들 때문에 또다시 속이 타들어 간다.

그렇게 고생했던 그 아저씨들에게 월급봉투가 정상적으로 지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고 아저씨들은 그 고통을 또다시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므로.

그런데도 이 아저씨들은 그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라고, 에둘러 마음을 다잡고 간다. 200명 그 아저씨들은 숯검댕이 같을 그 속을 감추고 예전처럼 또다시 나를 위로한다.

나쁜 사람들이다. 2004년 한창 싸울 때는 민주노총이 우진교통을 이용해 청주시로부터 사무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용하니까 민주노총한테 속지 말라고 우리 속을 후벼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노동자 자주관리기업으로 전환된 뒤에는 민주노총 간부들이 우진교통 돈가지고 수백만원씩 유흥비로 탕진한다고 우리속을 후벼파던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급기야는 우진교통 망하라고 나머지 200명의 생계는 안중에도 없이 현재의 그 수렁텅이로 밀어버린 사람들이 있다.

놀부 두손에 떡들고 약자를 괴롭히는 자는 나쁜 기업주뿐만이 아니라 우리 노동자 내부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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