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선진도를 환영한다
문화선진도를 환영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26 2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김 승 환 충북문화예술연구소 소장

충청북도의 문화선진도 공표를 환영한다. 지난 5월19일 정우택 지사께서는 직접화법으로 '충북 문화선진도'를 공표했다. 이것은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의제(agenda)를 넘어서서 문화사회라는 담론(paradigm)을 구체화한 것이므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문화선진도는 경제특별도와 똑같은 문법구조와 정책의지를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 정책이다. 하지만 경제가 그렇듯이 문화 또한 문화만의 문제는 아니며 정치경제를 포함한 삶의 본질이고 원리이기 때문에 모든 영역은 문화의 원칙을 위배할 수 없다. 문화선진도의 주요 내용은 지난 5년 동안 충북의 문화예술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제안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문화적 협치(governance)의 전범을 보여주었다는 또 다른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문화선진도의 주요 내용은 충북문화헌장 제정, 충북문화재단 설립과 그 운영주체로서의 충북문화예술위원회 설치, 문화포럼, 도립예술단 창단, 예술진흥을 위한 메세나 운동의 전개와 이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문화정책 등이다. 이 전망과 공표에는 여러가지 우려할만한 요소도 잠재되어 있다. 가장 염려가 되는 것은 공허한 선언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모든 정치가나 단체장들은 '문화창달'이나 '문화발전'과 같은 구호를 내걸었으나 실제로 문화가 중요한 정책이 되거나 실행의 우선순위가 된 적은 많지 않았다. 두번째로 염려가 되는 것은 문화의 주체인 다중(multitude)들이 문화선진도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종속적 타자(other)로 머물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들 문화의 다중들이 문화선진도의 주인이 되도록 해야 하며 문화약자들의 문화적 복리와 문화권리 확보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지방정부의 수장(首長)은 경제와 아울러서 정치, 환경, 교육, 생활, 문화, 안전, 주거, 교통 등 모든 방면을 총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이때의 총체성(totality)이라는 것은 균형성을 말하는 것이지만 균등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사께서는 부정하시겠으나 경제특별도라는 절대담론하에서 다른 영역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된 측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14조원 투자유치와 경제발전이라는 훌륭한 성과를 문화에 접목시키고 약자와 소수자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문화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이상적인 문화사회(cultural society) 담론이다. 독일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문화사회의 이상을 통하여 경제를 구상하고, 문화를 통하여 생태환경을 보호하며, 문화를 통하여 인간존재의 의미를 강화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27일 지역문화청주선언에서는 "지역문화의 정신과 내용은 정치, 경제, 산업, 행정, 교육 등 모든 부문에서 관철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역문화 우선 정책이 실현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모든 정치가들은 지역문화의 진흥을 위하여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바로 문화다양성의 원칙에 따르는 것이며 문화민주주의를 향한 세계시민의 열망이고 문화공공성을 실천하는 지역인 모두의 희망이다"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문화를 예술중심주의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예술은 문화의 하위영역으로 문화의 중요한 동력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예술적으로 보는 것은 문화를 훼손하고 문화의 의미를 축소시키는 오류다.

27일 내일 '충청북도 문화발전중장기계획 보고회'가 열린다. 이 보고회의 보고 내용에는 중장기 충북문화의 미래를 전망하는 한편 정 지사께서 공표한 문화선진도의 전반적인 내용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번 문화선진도 공표가 전시행정의 선행지표인 전시정책(展示政策)이 아니라는 것을 굳게 믿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