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라는 것
부부라는 것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2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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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한 덕 현 <편집국장>

인터넷 등에 이런 말이 나돈다. 50대 여성에게 가장 필요한 5가지가 있단다. 돈, 건강, 딸 형제, 딸, 이성친구다. 반면 가장 필요없는 것은 남편이라고 한다. 역으로 50대 남자에게는 3가지가 가장 필요하단다. 첫째 아내, 둘째 부인, 셋째 와이프다. 그야말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촌철살인 아닌가.

나이가 들면서 부인은 멀어지고 아이들까지 썰렁해지는가 하면 게다가 돈까지 궁해지는 가장들의 비애가 참으로 기막히게 농축돼 있다. 팔팔하던 시절 호기를 부리는 남편을 향해 '늙어서 보자'던 부인의 준비된 결기가 결국 이런 식으로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50대 여성이 남편을 깔보며 건강과 돈에 집착하는 것이나 50대 남성이 고개 숙이고 오로지 부인의 품안에 안기려는 저의()는 결국 남은 인생만큼은 제대로 살겠다는 의지가 아니겠는가. 궁극적으로 양쪽의 공통분모는 같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바람직한 삶을 추구하겠다는 소망인 것이다. 수학에서 공통분모는 원래의 값을 바꾸지 않으면서도 그 밑바탕이 되는 기저는 같게 한다.

부부관계는 이렇다고 본다. 지지고 볶고 다투고 반목하면서도 다시 서로를 원하고 이해하는 어찌 보면 '윤회의 삶'을 숙명처럼 안고 있다. 평생 살을 섞으며 살면서도 상처주는 말 한마디에 남남의 절벽을 느끼는 게 부부 아닌가. 그러다가 다시 봉합하고 때문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모른다.

충청타임즈가 오늘 부부의 날을 기념해 부부축제를 주관하면서 편지를 공모했더니 아주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세대를 불문 그렇게 많이 응모한 것도 경외로웠고 내용 또한 얼마나 절절했던지 하나같이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당신'으로 시작되는 젊은 세대의 애틋한 편지가 읽는이의 마음까지 설레게 했는가 하면 '임자 보게나∼'로 시작되는 80에 가까운 할아버지의 걸쭉한 고해성사는 쉽게 표현못할 묘한 감흥을 안겼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부부관계에 있어 당사자들을 가장 애절하게 만드는 것은 상실(喪失)과 별리(別離)였다. 한쪽을 먼저 보냈거나 혹은 서로 떨어졌을 때의 부부감정은 3자가 느끼기에도 사무칠 정도였다. 몇몇 작품은 그 내용이 얼마나 처연했던지 심사위원들의 눈가를 붉게 만들었다.

그렇다. 부부란 바로 이런 것이다. 늘 옆에 있기에 그 존재의 소중함을 모르다가도 일단 부재(不在)가 되면 그 공백이 클 수밖에 없고 비로소 이를 깨닫는 것이다. 어느 시인은 부부에 대해 이렇게 썼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 귀천하는 날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이 그들을 슬프게 했을까.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 숨을 거두는 날까지 얼마나 많은 날들이 그들을 아프게 했을까. -중략- 이렇게 참고 기다렸던 날들이 바로 인생이려니, 그러나 이런 삶은 아주 귀한 사랑이려니, 그러나 이런 삶이 아주 귀한 행복이려니…'

우리나라 이혼율이 OECD 국가중 3위라거나, 결혼하는 3쌍중 1쌍이 이혼한다는 얘기이고 보면 부부문제가 결코 범상치 않음은 분명하다. 사람이 삶을 정리할 때는 부부, 자식, 연인, 사랑 모두가 다 부질없음을 깨닫게 되지만 그래도 끝까지 옆을 지켜주며 의지가 되는 것은 부부다. 그러니 오늘 만큼이라도 서로 상대의 손을 잡아주며 있는 성의를 다해 다독거려 보자.

30대 부부는 마주보고 자고, 40대는 천정을 보고 자고, 50대는 등을 돌리고 자고, 60대는 각 방을 쓰고, 70대는 어디서 자는지도 모른다지만 그래서 부부관계는 더욱 더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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