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미물이고 누가 영물인가
누가 미물이고 누가 영물인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1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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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 성 식생태전문기자 <프리랜서>

자연 생태계에는 새끼에 대한 사랑이 유난히 강한 동물이 있다.

예를 들어 꼬마물떼새를 비롯한 물떼새류와 원앙이, 꿩, 쏙독새 등은 알을 낳아 둔 둥지 근처나 어린 새끼가 있는 곳에 낯선 침입자가 나타나면 어미새는 마치 부상이라도 당한 것처럼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 몸이나 날개를 갑자기 늘어뜨려 금방 잡힐 것처럼 보이거나 한쪽 날개가 부러진 것처럼 옆으로 누워 날개를 푸드덕거리기도 하고 다리를 절룩거리며 넘어지기까지 한다. 그러면 침입자는 그 행동에 현혹돼 잡으려고 달려들게 마련인데 어미새는 그때마다 잡힐락 말락 아슬아슬하게 도망치며 침입자를 먼곳으로 유인한다. 어미새의 목숨을 담보로 알과 새끼를 보호하는 강한 모성애를 엿볼 수 있다.

또 꾀꼬리와 때까치, 파랑새는 둥지 가까이에 천적이 다가가면 큰 경계음을 내며 잽싸게 공격한다. 행여 둥지를 건들라치면 마치 사생결단을 한 것처럼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어서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얼굴과 머리를 마구 공격하는데 특히 어린이와 여자는 어떻게 용케 알고 더욱더 악()을 써 혼비백산하게 만든다. 이 역시 목숨을 건 강한 새끼사랑이다.

새 가운데에는 또 새끼가 어미를 도와 동생들을 기르거나 둥지를 트는 등 가족애'가 유난히 두터운 새도 있다.

앞서 말한 꾀꼬리가 그 주인공인데 지난해 태어난 1년생 새끼 꾀꼬리는 이듬해 어미가 둥지 틀 때 함께 재료를 물어다 틀고 또 동생들이 태어나면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줌으로써 어미에게 은혜를 갚는다. 또한 둥지에 침입자가 나타나면 어미보다 더 맹렬히 공격해 동생들을 지켜낸다.

이경우 1년생 새끼를 조류학에서는 헬퍼(Helper)'라 부르는데 이 헬퍼의 행동은 실제로는 어미가 되기 위한 학습과정이나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보다 더한 효조(孝鳥)가 없고 더한 가족애도 없을성 싶다.

곤충도 강한 자식사랑을 보이는 게 있다. 수서곤충인 물자라는 암컷이 수컷 등에 알을 낳으면 수컷은 부화할 때까지 업고 다니며 애지중지 보호한다. 또 에사키뿔노린재는 자신의 알을 몸으로 감싼채 꼼짝 않고 부화할 때까지 보호한다.

물고기도 자식사랑이 유난히 강한 게 있다. 우리나라에 사는 열동가리돔과 줄도화돔은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입으로 받아 부화할 때까지 넣고 다니며 보호한다. 수컷의 입이 부화장인 셈이다. 자신은 먹을 것도 못 먹어가면서 오로지 새끼만 보호하는 참으로 기특하고 영특한 부성애다. 또 해마라는 물고기는 수컷 배에 육낭(育囊)이 있어 암컷이 낳은 알을 받아 부화할 때까지 살신보란(殺身保卵)한다. 열거하자면 끝없는 이러한 동물들의 자식사랑은 그 내면을 알면 알수록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경외감마저 든다. 자연은 인간의 어머니라 했던가. 사유(思惟)가 없는 이들 동물도 자식과 부모, 가족을 사랑하는 지고지순의 본능을 갖고 종족 유지에 최선을 다하는 게 대자연의 이치다.

하물며 인간사는 어떤가. 걸핏하면 어린 핏덩이를 남의 집앞이나 화장실에 내다버리고 자식들은 어버이를 돈 없고 늙었다는 이유로 마구 학대하거나 홀로 살게하는 현대판 고려장이 난무한다.

이유도 모른채 가족들과 헤어져 험한 세상을 방황하는 미아들이 부지기수고 알량한 돈 몇푼과 성적 욕구 때문에 남의집 귀한 자식 유괴해 목숨 끊는 비정한 사건이 연일 터진다. 우리가 미물이라 깔보는 동물들은 자식사랑 부모사랑 가족사랑이 변치않는데 사람들은 그 반의 반도 못 따라 가는 이들이 허다하다. 허니 누가 미물이고 누가 영물인가. 자식과 부모,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5월 가정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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