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의 시기
질풍노도의 시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5.0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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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신 종 석 <시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우리네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삶의 과정은 업을 짓고 욕망을 키우며 분노의 나날을 살다가 나이가 들어 인생의 덧없음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봄을 태동하는 어린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려 그들을 걱정하는 순환적인 삶을 살아간다. 어쩌면 살아있는 동안은 늘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며칠전 가까이 지내는 후배 부부의 시간 좀 내 달라는 전화를 받고 나갔더니 초췌한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후배는 눈물을 글썽이며 중학교 다니는 아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많다고 한다. 그의 남편 또한 침울한 표정이다.

선배님은 어떻게 아이를 키웠는지 조언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기엔 내가 아이들을 잘 키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중학교에 다니는 그 집 아이는 사춘기를 호되게 앓고 있었고 부모들은 당황하여 어찌 할 줄 모르고 서로에게 책임전가를 하고 있었다.

청소년기를 '질풍과 노도(Sturm und Drang)'의 시기라고 한 홀(Hall)의 견해는 청소년들이 갈등하고 방황하고 반항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오히려 필요하며, 모든 인류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겪어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보통 힘든 과정이 아닐 것이다. 다행이 우리 아이들은 청소년기를 순조롭게 잘 넘겨주었기에 특별히 아이들에게 조언을 해 줄 말도 없었고 그냥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 전부였었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그 부부 또한 자식을 위하여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최선을 다한 만큼 배신의 마음 또한 크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나 엄마의 기대치와 아빠의 기대치가 달랐으며 엄마의 교육방법과 아빠의 교육방법도 달랐다. 아이를 서로 자신의 방법대로 키우는데 상대방의 방법이 걸림돌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가 많은 갈등 속에서 늘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나는 먼저 부부가 교육에 대한 방향 설정을 함께 하고 머리를 맞대고 마음을 모으고 뜻을 함께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다음으로 사춘기를 맞이하여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아이에게 어떤 가치관을 심어 줄 것 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문제보다 먼저 부모문제가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숙명이든 선택이든 우리는 한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가족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삶의 동반자로 가정이라는 커다란 울타리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 울타리에서 아이들이 벗어나지 못하도록 목줄을 채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부모의 역할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아이들이 홀로서기를 가르치는 공간으로 울타리를 조금씩 넓히는 일을 하는 것이 부모가 하는 일이 아닐까. 그 아이가 홀로 서서 저 넓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시키는 것이 부모 역할이리라. 부모는 올곧은 가치관과 역경을 이길 수 있는 정신력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제교육과 그것을 통제하고 관리할 줄 아는 절제력을 심어주는 것이 부모의 할 일일 것이다. 아이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내 탓이네 네 탓이네 서로 탓만 할 일이 아니다.

몹시 빠르게 부는 바람과 무섭게 소용돌이치는 물결이 잠잠해 지면 아이는 그만큼 성숙해 질 것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기다려 주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5월은 청소년의 달이며 또한 가정의 달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 본다. 라일락 향기가 더욱 진하게 코끝을 스치며 봄은 가고 있다. 바람은 또 소용돌이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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