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와 민영화
사회복지와 민영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4.2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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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이 수 한 <행동하는 복지연합 공동대표 신부>

사회복지 실천현장은 올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해 왔지만 이젠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아 운영해야 한다. 지금까지도 정부 보조금으로는 절대 부족한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후원자를 모집하고, 자원봉사자를 확보해 활용했으며, 공동모금회를 비롯한 민간 복지재단 등에 프로그램을 제출해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곤 했다. 그러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되면 대부분의 노인복지시설은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후원이나 자원봉사도 기대할 수 없으며, 다만 1∼3등급에 해당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자를 확보한 후 그 급여를 가지고 시설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단 시행이 돼야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는 그 결과가 어떨지 걱정이 많다. 즉 정부 보조금 없이 보험급여 만으로 운영이 가능할지, 등급외 판정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수급을 받을 수 없는 국민기초생활보호 대상자 및 저소득층 독거노인들에 대한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은 아닌지, 사회복지 마인드를 모두 버리고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여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국민건강보험(의료보험)의 민영화 이야기마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마침 '아픈 녀석들'이라는 의미의 속어 '식코'라는 영화가 개봉되면서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한 염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의료보험의 민영화마저 이뤄진다면 사회복지인의 한 사람으로써 답답하기 그지없다.

사회복지를 국가차원에서 수행해야 하는 이유는 시장의 실패 때문이다. 시장의 실패란 자유시장 경쟁체제에서 시장이 자원의 배분에 대한 효율성을 상실하면서 생겨나게 되는데 시장이 실패하면 정부개입의 당위성이 성립되게 된다. 시장 실패의 유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공공재의 성격을 지닌 재화와 서비스를 시장에 맡기는 경우가 가장 대표적이다.

공공재의 특성은 첫째, 비경합성에 있다. 즉 소비하려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한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양에는 변함이 없는 재화와 서비스를 말한다. 둘째, 비배재성이다.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치르지 않고 이를 소비하려 해도 소비를 못하게 할 수 없는 경우이다. 공공재의 특성을 가진 재화나 서비스의 예로는 공기, 물, 식량, 전기, 도로, 등대, 의료서비스, 사회복지서비스 등 수없이 많다. 부유층의 사람들은 공공재 성격의 재화나 서비스라 해도 시장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이런 재화나 서비스를 시장을 통해 대가를 지불하고 구입할 만한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것들이 바로 공공재인 것이다.

그런데도 신자유주의 사조를 가진 정부에서는 수자원이나 전기, 도로, 보건·복지 서비스마저 민영화를 시도하려 한다.

시장의 실패에 따라 사회복지제도가 성립된 것인데 그 제도를 다시금 시장으로 돌리겠다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숙고해야만 한다. 지난 정부의 실책을 경제정책이라 하지만 필자는 분배정책의 실패라 단언한다. 외환 위기로 거덜난 나라를 IMF의 도입으로 일으킨 것이 지난 10년 동안의 정부였다. 분배정책의 실패로 양극화의 심화를 불러오고 삶의 질을 저하시켰다. 경제는 회생했지만 부자는 더욱 더 부자가 되고 서민은 더욱 더 가난해 진 것이 지난 10년이었다.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들이 대부분 수십억 수백억원대의 부자라는 사실만으로도 증명이 된다.

현 정부는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아래 민영화 운운하면서 서민을 더욱 힘들게 하려한다. 하나 같이 내어 놓는 정책은 기업이나 수도권 등 가진 자들을 위한 것뿐이요, 노동자나 지방 등 없는 자들을 위한 정책은 전무하다. 현 정부의 정책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집권 5년이 흐른 후 비록 경제는 성장할지 몰라도 서민들의 삶은 지금보다 더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말로만 서민을 위하지 말고 진정으로 없는 이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 주길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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